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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부 중간평가 - 박근혜정부 잇단 공약파기 무엇이 문제인가

정책으로 승부하고 평가받는 ‘국민과 약속’ 어기면 민주주의 훼손


“박근혜 정부와 박근혜 대통령님, 벌써 주요 공약을 잊으신 것은 아니겠죠?” 지난 6일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동상 앞에서 시민 50여명이 박근혜 정부의 공약이행을 촉구하는 퍼포먼스와 플래시몹을 벌였다. 시민단체가 마련한 이날 행사에서 시민들은 ‘부글부글 발언’을 통해 국민과의 약속을 어긴 정부를 집중성토했다. 

기초연금 공약파기 사태가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다. 지난 9월말 기초연금 정부안이 최종 발표되고부터다. 정부안의 뼈대는 ‘소득하위 70%의 노인에게 10만~20만원씩 차등지급 하되,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수록 기초연금액이 줄어드는’ 것이다. 애초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은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씩 기초연금을 지급하겠다’ 는 것이었다. 정부안은 기초연금을 받는 대상과 지급액이 축소된데다 국민연금 가입자가 역차별을 당하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정부안이 발표되자 곧바로 거센 공약파기 논란에 불이 붙었다. 주무장관인 보건복지부 장관은 “내 뜻과 다른 기초연금안을 국민과 야당에 설득하기 어렵다”며 사퇴했다. 기초연금 공약으로 대선에서 재미를 본 박근혜 대통령은 서둘러 사과했다. 하지만 국민들은 “공약 후퇴, 공약 사기”라고 소리쳤다. 정부와 여당은 “재정 형편이 어려워 어쩔 수 없었다”고 불 끄기에 바빴다. 원칙과 신뢰를 강조해온 박근혜 정부가 취임 1년도 못돼 거센 공약파기 후폭풍을 맞고 있다. 기초연금을 중심으로 박근혜 정부의 공약파기 문제를 찬찬히 돌아보자. 

기초연금 공약파기가 왜 문제지?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공약은 선거용일 뿐인데 꼭 지켜야 하는가? 선거용으로 급조해 만든 공약의 방향이 잘못된 것이라면 꼭 지키지 않아도 괜찮은 것 아닌가? 정부·여당의 주장처럼 나라의 곳간 형편도 넉넉지 않다니 말이다. 기초연금법의 얼개를 짰던 국민행복연금위원회 김상균 위원장도 “기초연금 공약은 선거용”이라고 밝히지 않았던가.

하지만, 대선 공약파기라는 형식론적 비판을 넘어 내용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오늘날 선진국들은 보편적 복지를 국가 주요의제로 설정해 상당한 무게를 두고 있다. 우리나라도 무상급식 논쟁으로부터 촉발된 보편복지 논의가 지난 대선을 거치면서 국가 핵심의제로 떠올랐다. 무상급식·무상의료·무상보육과 함께 노인빈곤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가장 시급한 장치로 기초연금이 논의된 것이다. 따라서 박근혜 대통령의 이번 공약파기는 이러한 보편적 복지흐름을 거스른다는 측면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먼저, 모든 노인이라는 ‘보편복지’에서 소득하위 70% 노인이라는 ‘선별복지’로 대상이 축소된 문제. 전문가들은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하되, 부족한 재정을 부자감세 철회를 통해 메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건희 회장이라도 사회에 공헌한 만큼 기초연금을 줘야 한다. 기초연금의 도입 취지는 못사는 노인들에게만 주자는 게 아니라 모든 노인에게 최저생활을 보장하자는 데 있다. 부자에게도 똑같이 혜택을 주고, 부자들에게는 증세를 통해 세금으로 더 거둬들이면 된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원종현 조사관은 보편적 복지 개념이 기초연금에도 적용돼야 하는 까닭을 이렇게 설명한다. 그는 “기초연금 지급 대상을 소득 하위 70%니 80%니 나누는 것 자체가 어렵다. 소득이나 재산 파악이 쉽지 않은 까닭에 선별지급을 하면 행정비용이 더 들어간다”고 못박았다. 또 다른 문제는 잘못 설계한 기초연금이 공적연금 체계를 뿌리째 흔든다는 점이다.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수록 기초연금액이 줄어드는 구조는 국민연금 가입자의 탈퇴를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초연금 정부안 발표 이후 국민연금 탈퇴자가 부쩍 늘었다.

이와 함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권인 한국의 노인빈곤 해소라는 애초 기초연금 도입목적에도 이번 정부안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연명 중앙대 교수(사회복지학)는 ‘노인들이 기초연금을 받아도 은퇴 뒤 소득대체율이 낮아 노인빈곤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소득대체율은 퇴직 전 3년간 평균소득 대비 퇴직 이후 연금소득의 비율이다. 김 교수는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시키면 (가입기간이 긴) 국민연금 가입자가 기초연금을 못 받게 되므로 총 소득대체율은 25%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소득대체율이 25%로 떨어지면 월평균 200만원 벌던 이가 은퇴 뒤 50만원을 받는다는 뜻이다. 노후생활 보장이라는 공적연금 제도의 의미가 희박해지는 대목이다.   

“당선만 되면 그만입니까?” 공약파기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민주주의 대의정치의 훼손이다. 원칙과 신뢰를 강조해온 박근혜 정부가 취임 1년도 못돼 공약을 파기했기 때문이다. 공약은 국민과의 소통이다. 선거공약은 국민이 원하는 정책으로 당당하게 경쟁하고 그에 따라 민심의 평가를 받는 공정한 룰이 작동해야 한다. 공정한 룰이 작동하지 않을 때 신뢰와 원칙의 아이콘은 곧바로 불신과 불통의 상징으로 바뀐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5일 “민생복지에서 정치·경제 등 전 국정 분야에 걸쳐서 90여개가 넘는 공약이 깨지고 뒤집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초연금뿐 아니라 박근혜 정부의 수많은 공약이 파기되고 있다. 특히 복지분야 공약 중에 4대 중증질환 전액 국가부담의 공약후퇴를 빼놓을 수 없다. 박근혜 후보는 ‘4대 중증질환 진료비 전액 급여화’를 내세웠지만 4대 중증질환 진료비에서 상급병실료, 간병비 등을 제외했다. 뒤늦게 상급병실료 대책 등을 내세웠지만 전액 급여화에는 미치지 못해, 애초부터 무리한 공약이었던 셈이다.  

대선 과정에서 입이 부르트게 외쳤던 경제민주화 공약은 또 어떤가. 경제민주화는 대선 정국을 뒤흔드는 시대적 화두였다. 박근혜 후보는 헌법 119조 2항(경제민주화 조항)의 산파 역할을 한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영입해 보수 색채를 탈색시켰다. 선거운동 기간엔 경제민주화를 부르짖었다. ‘중소기업 대통령’이 되겠다고 소리쳤다. 중소기업인·샐러리맨·자영업자들의 손을 덥석 잡았다. 노인·청년들의 손을 어루만졌다. 경제민주화란 단어는 우리 곁에 가까이 다가왔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자 신기루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이후 경제민주화에 대한 태도가 달라졌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제시한 국정목표에서 경제민주화란 용어 자체가 슬그머니 빠지더니 “(경제민주화가) 거의 끝에 오지 않았나 생각한다”(7월), “대기업 옥죄기로 변질하지 않도록 하겠다”(8월)고 김을 뺐다. “모든 국민이 100% 행복한 나라를 위한 첫걸음입니다.” 박근혜 대통령 후보 선거공약집의 경제민주화 항목을 설명하는 문구다. 하지만, 재벌 개혁, 노동권 등 알맹이는 빠졌다. 손에 쥔 아이스크림이 맛보지도 못하고 녹아 없어진 셈이다. 복지와 경제민주화 두 날개로 대선정국을 고공비행하던 박근혜 정부는 선거가 끝나자 날개를접었다.

정부와 여당은 공약파기의 원인으로 “재정 형편이 어려워 어쩔 수 없었다”고 둘러댔다. 하지만, 복지공약과 관련해 재정상황보다 ‘왜 복지가 필요한가’라는 철학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주요 복지정책을 수립할 때 항상 기획재정부가 의사결정을 하고 보건복지부는 소외돼 있는 게 박근혜 정부의 실상이다. 오죽했으면 진영 장관이 사퇴까지 했을까. 이 정부가 복지가 필요하다고 절실하게 느낀다면, 부자감세 철회를 통해 세수를 확보하고 그 재원으로 보편적 복지정책을 펴면 되는 것이다. 결국, 정부의 의지가 없다는 뜻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용익 민주당 의원의 얘기를 들어 보자. “부자감세의 철회는 향후 모든 조세개혁안의 마중물이 된다. 그것 없이 다른 조세개혁안이 어떻게 국민의 동의를 받을 수 있겠나? 새누리당이 고소득층에 대한 감세 철회와 증세를 고려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복지정책의 축소를 시도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즉 부유층의 이익을 옹호하기 위해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이익을 희생하려고 하는 것이다.” 

선거용 공약이었다 해도 그 공약만큼은 잘 지킬 것이라고 기대하는 국민 대다수는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당선만 되면 그만이란 말입니까?”

박근혜 정부가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됐지만, 박근혜 정부는 ‘재원이 부족해 당장 공약을 실현하지 못하지만 임기 안에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양해를 구하는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공약파기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책임을 끝까지 물을 태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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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가해자들의 도피처, ‘심신미약’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에선 잔인한 사건들이 보도된다. 서울 강서구 한 피시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청년이 잔인하게 살해됐다는 보도, 오피스텔 관리사무소에서 경비원 2명을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 2011년 같은 회사에 다니던 여성의 몸속에 손을 넣어 숨지게 했지만 상해치사로 종결된 사건 등이 그러하다. 이 잔혹한 사건들의 처리과정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가해자가 ‘심신미약’을 주장했다는 것이다. 실제 경비원 2명을 살해한 20대 남성은 검찰이 사형을 구형했지만 심신미약 주장이 인정돼 일부 감형되었고, 같은 회사에 다니던 여성을 살해한 가해자는 피해자에 입힌 상해 정도가 심각하지만 술에 취해 심신미약이었다는 이유로 4년형을 받았다. 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심신미약을 이유로 처벌은 가벼운 수준에 그쳤다. 잔혹한 살인을 했음에도 ‘심신미약’으로 감형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형법 제10조를 살펴보면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을 하지 않거나 형을 감경한다.’고 명시돼 있다. 여기서 심신장애란 인지·지능·언어·정서·행위 등의 심신기능 면에 장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