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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민주화, 아랍시민혁명 열풍

중동민주화바람 어디까지


중동지역의 범위는 보는 이에 따라 다르다. 동서로는 아프리카 모로코에서부터 아라비아반도를 거쳐 이란까지, 남북으로는 아프리카 수단에서부터 이집트를 거쳐 터키까지 포함되기도 한다. 지역에 속하는 국가는 모두 23개국에 거의 4억 인구를 아우른다. 2011년 들어 중동에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튀니지에서 이집트를 거쳐, 아라비아 반도에 속한 예멘과 바레인, 그리고 이란으로까지 불던 민주화 시위 바람은 마침내 리비아의 42년 무아마르 카다피 독재체제를 무너뜨렸다. 지난 연말까지만 해도 중동전문가들이 감히 내다보지 못하던 민주화의 봄바람이 중동 정치지형을 바꾸었다.

●‘무늬만 민주주의’인 독재국가들
미 워싱턴에 본부를 둔 인권관련단체 프리덤 하우스(Freedom House, 1941년 창설)는 해마다 <세계 자유보고서>를 펴낸다. 이 보고서는 나라들을 1부터 7까지 등급으로 매겨 1-2.5 사이는 F(Free, 자유국가), 3-5.5는 PF(Partly Free, 부분적 자유국가), 5.5-7은 NF(Not Free, 비자유 국가)등급을 준다. 2010년판에 따르면, F는 89개국으로 유엔 가입국 192개국 가운데 절반에 못 미친다. 사람들의 정치적 시민적 자유가 억압을 받는 NF는 47개나 된다. NF와 PF에 속하는 나라들은 대부분 중동지역을 포함한 아시아-아프리카에 몰려있다.

이집트 현지취재 때 카이로대학의 교수를 만나려 대학정문으로 가니 사복경찰이 “정부(교육부) 허가를 받고 왔느냐?”며 막아서는 바람에 시간을 버린 적도 있었다. 중동지역 지도를 들여다보면서 정치적 자유가 보장되는 민주국가는 그저 손을 꼽을 정도다. 터키, 레바논, 이스라엘, 이란이 그나마 민주주의의 규범을 지키는 나라에 속한다.

서방국가들의 민주주의 잣대로는 이란의 국가 최고권력이 시아파 지도자(아야톨라 하메네이)에게 있으니 민주국가로 보기 어려울 것이지만, 그래도 자유선거 등 민주주의 규범이 통하는 나라다. 중동지역 대부분은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독재자 1인이 절대권력을 휘두르는 통제국가(시리아, 이집트, 리비아 등)가 아니면, 기껏해야 왕과 권력을 나누는 입헌군주국(사우디 아라비아, 쿠웨이트, 요르단 등)들이다.

‘중동의 깡패국가’라는 비판을 받아온 이스라엘은 어떨까? 미국의 중동정책에 입김을 불어넣는 유대인들은 “이스라엘은 중동의 유일한 민주국가”라고 강조한다. 외형상으로 보면 이스라엘은 분명히 내각책임제 민주국가다. 선거 때면 수십 개의 군소정당들이 저마다 후보명단을 내걸고 득표율에 따라 뽑힌 비례대표 후보들로 국회(크네세트)를 구성한다. 정당끼리 이합집산을 거듭하지만, 정치과정 자체는 서구적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있다. 그렇지만 여기서 중요한 사실 하나를 짚고 넘어가야겠다.

한 국가가 참으로 민주국가냐 아니냐를 판별하는 잣대는 국내 정치제도만으로 판별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 나라가 이웃국가들과 민주적 호혜평등의 국제관계를 갖느냐, 아니면 신식민주의적 패권정책을 펴나가는가를 살펴야 한다. 오늘의 중동 사람들 눈에 비친 이스라엘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6일전쟁) 뒤로 팔레스타인과 골란고원을 점령해 식민지로 삼고, 걸핏하면 이웃나라 레바논을 침공해온 군국주의 파시스트 국가다.

여러 중동 국가들이 교과서적인 민주주의를 시행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는 정치와 법체계가 이슬람 종교생활로부터 분리되지 않는 특성과 뿌리 깊은 부족주의가 꼽힌다. 문제는 한눈에 보기에도 ‘무늬만 민주주의’인 독재국가들이다. 그런 중동국가 명단(집권자 이름, 지금까지의 통치기간)로 정리해보자면, 올해 시민혁명을 겪은 이집트(호스니 무바라크, 30년)와 튀니지(자인 벤알리, 21년), 전폭기까지 동원해 학살바람을 일으킨 리비아(무아마르 카다피, 42년), 그리고 시민들의 민주화 요구로 정치적 진통을 앓고 있는 예멘(알리 압둘라 살레, 32년), 알제리(압델라지즈 부테플리카, 12년), 시리아(바샤르 알 아사드, 11년) 등이 있다.

시리아는 ‘아랍의 비스마르크’라는 별명을 지닌 하페즈 알 아사드(바샤르의 아버지)가 1963년부터 37년 동안 철권을 휘두른 뒤 2000년에 죽으면서 34살의 젊은 안과의사였던 아들인 바샤르에게 권좌를 넘겼으니, 2대에 걸쳐 48년 독재를 펼치는 중이다. 수도 다마스커스에 가보니 곳곳에서 대통령 바샤르 알-아사드의 얼굴과 마주쳐야 했다. 도서관이나 우체국 같은 공공장소는 물론이고 식당엘 가더라도 아사드 부자의 사진이 걸려있었다. “우리가 보고 있는 데서 체제불만에 관한 얘길 하지 말라”고 말하는 듯했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에 나오는 ‘빅 브라더’가 떠올랐다.

●“인간은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
중동 왕국들의 사정은 어떠할까.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요르단, 바레인,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카타르, 오만, 모로코 등은 왕이 죽어야 권력자가 바뀐다. 입헌군주국인 쿠웨이트와 요르단을 빼고는 의회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답답한 나라들이 대부분이다. 이즈음 관심거리는 시민들의 민주화 요구 목소리로 어수선한 바레인 왕국이다. 하마드 알 칼리파 국왕이 12년째 다스리는 바레인은 석유수입 덕에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넘지만, 왕족들에 견주어 상대적 박탈감을 느껴온 국민들은 민주주의를 외치며 거리로 뛰쳐나왔다.

바레인 사태를 통해 우리는 “인간은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는 진리를 새삼 떠올린다. 바레인 왕정이 무너진다면,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다른 왕정국가들도 더 이상 민주화 외침을 못 들은 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야말로 중동 민주화 도미노(domino) 현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화 도미노? 어디서 많이 들었던 용어다. 생각해보니, 지난 2003년 이라크 침공을 앞두고 당시 미국 대통령이던 조지 부시와 그의 측근참모들이 자주 하던 말이 아니었던가?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리면, 그 옆의 반미국가인 시리아나 이란도 민주화로의 체제변혁(regime change)이 이뤄진다는 그럴듯한 논리였다. 속사정을 알고 보면, 부시의 중동민주화론이 겨눈 창끝은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친미독재국가들은 아니었다. 미국의 시각에선 ‘독재냐 민주냐’ 보다는 중동 석유이권에 관련한 ‘친미냐 반미냐’가 더 중요하다. 부시나 그 후임자인 버락 오바마나 이 대목에선 큰 차이가 없다.

중동 지역의 민주화 불길을 보는 지구촌 사람들의 마음은 간단치 않다. 민주화는 누가 뭐래도 환영할만한 변화이지만, 중동의 불길이 석유시장의 불안정으로 이어져 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칠까 걱정이다. 한국의 경우만 해도 중동석유의존도가 85% 안팎이다. 두바이 유가는 1배럴 당 110달러를 훌쩍 넘어섰다. 민주화도 이루고 유가도 안정될 수 있다면 이상적이지만, 지금은 모든 것이 불투명하다. 중동의 혼란 속에 석유 메이저와 국제투기자본이 농간을 부려 유가는 유가대로 치솟는다면? 그것은 악몽의 시나리오다.

그렇다면 최근 중동상황을 한국의 민주시민들은 어떻게 봐야 할까. 우리는 지난 날 군사정권 아래서 억압통치의 사슬이 얼마나 괴로운가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중동 불안정으로 비롯된 유가상승으로 일시적 어려움이 예상되더라도, 중동 사람들의 민주화투쟁에 박수를 보내며 그들이 독재의 고통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것이 민주시민의 올바른 태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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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위기를 극복하는 지혜 우리나라는 현재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때문에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다. 대학도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위기를 맞았다. 지금 코로나19는 국가의 중앙 및 지방 행정 조직, 입법 조직의 능력, 사회 곳곳에 도사리고 있던 문제, 그리고 국민의 수준까지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처럼 각종 문제는 평소에는 잘 드러나지 않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드러난다. 유사 이래 크고 작은 위기는 언제나 있었다. 문제는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이다.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평상심을 유지하는 일이다. 평상심을 잃으면 우왕좌왕 일의 순서를 정확하게 판단하지 못할 뿐 아니라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큰 위기를 맞아 평상심을 제대로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평소에도 평상심을 유지하기가 어려운데 위기 때 평상심을 유지하기란 더욱 어렵다. 그러나 평소에 평상심을 잃으면 큰 문제가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위기 때 평상심을 잃으면 자칫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위기 때일수록 큰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역사는 지혜를 얻는데 아주 효과적인 분야다. 역사는 위기 극복의 경험을 풍부하게 기록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