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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헌접적인 직제개편을 통한 국가인권위 조직축소

국가 인권위 축소는 국가존립의 정당성인 인권보호와 공익성을 완전히 무시하는 행위


최근 많은 사회적 문제들이 방송과 신문을 통해 국민에게 알려지고 있지만 이목을 끌지 못하고 스쳐 지나가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데 그런 문제들 중 쉽게 넘겨버릴 수 없는 문제가 국가인권위의 ‘인적·물적 조직의 축소’문제이다.

국가인권위는 물론 학계와 시민단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2009년 4월 6일 ‘국가인권위와 그 소속기관 직제(대통령령)’를 개정하고 즉각적으로 시행해 국가인권위를 축소시켰다. 현 정부는 국가인권위의 비대화와 행정기관 간의 업무의 중복성 등을 표면적인 이유로 내세워 국가인권위의 조직을 합법적인(?) 대통령령을 통해 개편했다. 그렇지만 이러한 정부의 개편을 형식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그 주장의 허구성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조금만 더 실질적으로 국가인권위의 설립과 존속가치의 본질을 파악해 보면 현 직제개편이 상당히 허구적이며 반 헌법적인 것임을 깨달을 수 있다.

국가인권위는 모든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고 그 수준을 향상시킴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하고 민주적 기본질서를 확립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물론 국가인권위 외에도 많은 국가기관이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고 구제하고 있지만 2001년 당시 국가인권위가 설립된 배경에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인권보호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목적이 있었다. 예컨대 국가권력과 재벌 그리고 소위 사회지도자라는 계층이 학연과 지연으로 묶여 있는 우리사회에서는 헌법이 지향하는 인권보호라는 가치실현이 완벽하게 실현되지 못했기 때문에 사회적 약자는 결코 자신의 기본적 인권을 충분히 구제받을 수 없었다.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설립된 것이 바로 국가인권위이다. 따라서 국가인권위는 국가기관의 자의적인 권력행사로 인해 인권침해를 받은 사회적 약자를 구제하고 기존의 제도권 내에서 자신의 권리를 지켜내지 못하는 국민의 인권보호와 구제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애초 국가인권위의 설립취지가 행정의 능률성과 경제성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의 권익구제와 향상에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존립의 목적은 그동안의 국가인권위의 활동에서 잘 나타난다. 국가인권위를 통한 권리구제를 보면 2002년 민원건수 864, 진정건수 2790, 상담건수 2528건이었던 것이 2008년 민원건수 13810, 진정건수 6272, 상담건수 13810건으로 업무량이 증가했다. 그럼에도 국가인권위의 인력이 2002년 180명에서 2008년 208명으로 1.15배 증가에 그쳤다는 것은 그동안 사회적 약자의 인권보호를 위한 지원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국가인권위의 조직확대가 아닌 조직축소를 지향한 정부의 국가인권위의 직제개편은 이해할 수 없다.

사회적 약자의 권익향상을 위한 국가인권위의 구체적인 권한과 활동은 법규범을 통해 구체화된다. 그리고 국가인권위를 구성하는 인적요소와 물적요소에 관한 법규범의 제정과 개정은 무한대의 재량에 의해서 형성되는 것이 사회적 약자의 인권향상의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것은 헌법적 가치를 지향하는 국가인권위의 실질성을 담보하기 위한 헌법에서 나온 규범적 명령이다. 이러한 국가인권위의 본질을 고려한다면 국가기관에 의해 국가인권위의 조직이 축소개편되는 것은 과거 개발도상국의 전형적인 개발독재와 같이 경제성장과 산업화를 위해 국가존립의 정당성인 인권보호와 공익성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현재 시행되는 ‘국가인권위와 그 소속기관 직제(령)’은 이러한 정책적인 문제뿐만이 아니라 법리적인 문제 또한 안고 있다. 우선 정부는 국가인권위법 제18조가 ‘이 법에 규정된 사항 외에 위원회의 조직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고, 위원회의 운영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위원회의 규칙으로 정한다.’ 라고 규정하고 있어 조직개편에 관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은 전혀 위법적인 것이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의 조직에 필요한 사항은 국가인권위가 그 기능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각종 제도 및 절차로 형성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 단순히 행정입법에 의해 아무런 제한없이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국가인권위의 기능을 활성화하기 위해 마련된 인적·물적제도에 관한 직제개편은 대통령에 대한 헌법적인 명령인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직제개편을 통해 국가인권위를 축소시킨 것은 법의 껍데기만을 바라보고 그 본질도 보지 못한 전형적인 형식적 법치주의의 태도인 것이다.

흔히 기본권을 사회적 약자 그리고 소수자의 권리라고 한다. 지나치게 극단적인 표현이라는 견해도 있지만 우리의 현실을 고려한다면 오히려 더 적확한 표현이 아닌가 싶다. 과거 폭압적이고 강제적인 국가권력에 의한 권위주의의 잔재가 아직 남아 있는 우리사회에서 사회적 약자가 국가의 제도권 내에서 구제받기는 쉽지 않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기존의 국가기관보다 국가권력 및 재벌로부터 독립적인 국가인권위는 사회적 약자의 인권보호를 위한 최후의 보루인 것이다. 따라서 국가인권위를 축소하는 것은 국민과 소통하고 국민을 섬기겠다는 현 정부의 선전이 허구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인권보호에 대한 뒷걸음은 결국 헌법이 지향하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의 실현, 즉 궁극적인 국가권력정당성의 근거를 빼앗고 국민을 통치의 객체로 전락시킬 뿐이다.

국민의 인권보호라는 궁극적인 헌법적 가치를 위해 정부는 껍데기만을 섬기는 과거의 형식적 법치주의를 탈피해서 보다 실질적인 인권보호의 보루가 되는 국가인권위의 조직개편에 노력해야 하며 국민은 이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실질적인 비판을 통해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는 진정한 국가정책의 방향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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