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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유럽발 경제위기 - 원인과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

글로벌 위기감이 증폭된 상황에서 국내 자본시장도 일부분 영향 받아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 남부 유럽 국가들의 재정수지 악화로 인한 남유럽발 재정위기가 올들어 새로운 국제금융위기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올들어 남유럽 지역의 주가는 2월 중순 현재 그리스(-14.3%), 포르투갈(-9.6%), 이태리(-6.7%), 스페인(-11.4%)에서 상대적으로 큰 폭 하락했다. 유로화도 남유럽의 유로존 국가 위험이 가세함에 따라 최근 9개월동안 최저수준의 약세를 보이고 있다. 올 들어 그리스의 독일 국채(10년물) 대비 스프레드는 293bp 상승했으며 여타 남부유럽 국가 스프레드도 78~120bp 상승하였다. 또한 이들 국가들의 국가채무에 대한 상환불이행(default)위험수치를 나타내는 CDS 프리미엄이 2월 중순 현재,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매우 불안한 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국제신용평가회사인 S&P와 무디스는 작년말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들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데 이어 추가 하향전망이 나타나고 있으며, 당분간 이들 지역에서의 금융시장은 불안한 위기 국면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남유럽 국가들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하게 된 주 요인은 과도한 재정적자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확대되었다는 점과 향후 이들 국가에서 경기침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남유럽 재정위기의 진원지는 그리스이다. 작년 10월 그리스의 2009년 재정적자 추정치는 당초 GDP대비 5%에서 12.5%로 상향조정되었고 이후 2009년 말 재정적자는 GDP 대비 12.7%에 이를 정도로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스 및 남유럽 국가들에서 재정수지가 급속히 악화된 원인은 우선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대응과정에서 정부의 재정지출이 크게 이루어진 데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그리스의 재정적자 수치는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서 그리 놀라운 수치는 아니다.

문제는 그리스가 재정적자를 줄여나갈 경제적 능력이 있느냐 여부이다. 그리스 정부는 재정적자 규모를 올해까지 GDP 대비 12.7%에서 8.7%로 대규모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작년 말 발표하였고, 올해 1월과 2월 세부계획을 추가로 발표했으나 여전히 실현 가능성에 대해 시장에서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리스는 정부부채를 상환하기 위해 올해 당장 550억 유로에 달하는 자금을 차입해야 하며, 그 중에서 250억 유로 규모의 정부부채는 4월과 5월에 만기가 도래한다. 이로 인해 올 2월 유럽정상회의에서 그리스 지원에 대한 원칙적인 합의가 도출되었으며 구체적인 방법과 관련한 논의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유럽연합(EU)에서 자금을 지원함으로서 그리스의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앞으로 그리스의 경제와 재정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과 다른 유럽국가로 그리스 위기가 전파될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한다는 점에서 불안감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경제를 회복시켜 재정수입을 증대시키거나 재정지출을 줄여야 한다. 하지만 그리스는 EU(유럽연합) 공동체에 묶여 있어서 경기회복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경제정책 수단이 제한되어 있다. 그리스와 남유럽 국가들은 EMU(유럽경제통화동맹)에 가입된 국가들로써 각국의 중앙은행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경기회복을 위한 독자적인 통화정책과 독자적인 환율정책을 실행할 수 없다. 즉, 그리스는 경기회복을 위한 팽창적인 통화정책이나 수출을 증대시키기 위한 통화가치 절하 정책을 독자적으로 운용할 수 없는 정책적 제약이 존재한다. 또한, 그리스 내부에서 재정적자 감축안에 반대하는 대규모 파업이 일고 있고, 사회복지적 보조금(subsidy) 지출이 많은 경제구조로 인해 재정지출을 줄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와 같은 남유럽의 경제위기는 다른 EMU(유럽경제통화동맹) 국가들에게 전염될 우려가 있다. 전염효과(contagion effect)란 특정국가에서 발생한 금융위기가 실물(무역)부문이나 금융부문에서 상호의존도가 높은 다른 국가로 전파되는 것을 말하는데, 최근 2008년 미국에서 발생한 서브프라임 금융위기 직후, 국제적 은행들이 국제적 운용자산을 급격히 감소시킴으로써, 서브프라임 위기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확산된 것은 대표적인 전염효과(contagion effect)의 예이다. 유럽국가들은 EMU(유럽경제통화동맹)으로 인해 무역부문이나 금융부문에서 상호의존도가 상당히 높으므로 남유럽의 금융위기가 다른 유럽국가들로 전파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남유럽의 경제위기는 성격상 최근의 미국발 금융위기와 차이점이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에서는 민간 금융기관의 부실에서 시발되었으나, 남유럽의 경제위기는 재정적자의 악화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에서 오히려 과거 1980-90년대 남미 국가들에게서 흔히 나타난 전통적인 경제위기와 공통적인 면이 있다. 남유럽국가의 경우 독자적인 팽창적 통화정책과 환율정책을 활용할 수 없고 유럽중앙은행(ECB)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다른 EMU 회원국가들로 재정수지 상황이 좋은 것은 아니며 각 회원국은 2012년까지 재정적자를 GDP대비 3% 이내로 줄여나가야 한다. 유럽의 경제와 재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EMU(유럽경제통화동맹)는 팽창적인 통화정책을 상당기간 유지하며 경기를 활성화하여야 한다. 팽창적인 통화정책에 의한 저금리 등의 경제상황은 결국 유로화 가치를 하락시키게 된다. 최근의 유로화 약세는 이러한 면을 반영하고 있다. 더구나 EMU의 공통적 통화정책이 남유럽 경제회복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경우 유로화 약세는 더욱 가속화되고 유로화표시 채권에 대한 투매와 금리상승 현상이 나타나 남유럽의 금융위기가 북유럽으로 확산될 수 있다. 따라서 EMU가 당면한 과제는 많은 국가들의 다양한 요구를 어떻게 조화시키느냐에 달려있을 것이다.

한편, 이번 남유럽의 재정위기가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이들 지역과의 교역비중이 낮고, 우리나라 금융기관과 투자자들이 이들 지역에 운용하는 익스포저가 작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유럽발 위기가 인근 유럽국가를 거쳐 우리나라에도 어느 정도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 왜냐하면, 국제적으로 자유로운 자본이동 상황에서 유럽지역에 자산을 운용하는 대규모 글로벌 은행들의 역할에 의해 우리나라도 간접적으로 충격을 받을 수 있다. 과거 미국의 서브프라임 위기에서도 우리나라는 직접적인 익스포저가 상대적으로 작았지만, 글로벌 금융기관의 경로를 통해 간접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

현재 우리나라의 재정수지 상태가 주요 선진국에 비해 나쁜 상황은 아니지만 향후 우리나라도 재정위기 논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만큼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사전 준비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국제금융시장 불안 및 자본유출에 대비한 외화유동성 관리, 금융기관에 대한 리스크 관리, 국내 금융시스템 안정 정책 등을 상시적으로 점검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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