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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신고시스템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경찰의 적절한 대응 가능하도록 시스템 개선 필요


지난 4월은 국회의원 선거과정에서 드러난 막말 파문, 성추행 사건, 논문 표절 시비 등 이슈들이 난무했다. 이런 강력한 이슈들 중에서도 4월이 시작하는 날 수원에서 발생한 ‘20대 여인 살인 사건’에 대한 충격이 사라지지 않은 채 아직까지도 국민들의 뇌리 속에 그대로 남아 있는 것 같다.

이 사건도 우리 주변에서 흔히 발생하는 한 건의 살인사건으로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범행의 잔혹함은 물론이고 피해자의 간절한 구조요청에도 불구하고 경찰의 부적절한 대응으로 피해자가 목숨을 잃게 되었다는 점 때문에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 사건개요
2012년 4월 1일 밤 10시 30분경 퇴근을 하던 한 여성이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의 지동초등학교 부근에서 조선족 노동자인 오○○에게 납치를 당했다. 오○○은 이 여성을 납치하여 자신이 거주하는 곳으로 끌고 가 성폭행을 시도하였고, 오○○이 자리를 잠시 비운 사이 여성은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그고 112 신고를 했다. 하지만 신고접수를 받은 경찰관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여 신고한 여성은 오○○으로부터 살해당했다. 경찰은 신고 후 현장에 출동해 주변을 수색했지만, 신고 후 13시간이 지난 후에 살해된 피해자의 시신을 발견했다. 신고 및 사건처리 과정에서 112신고센터의 무능함으로 인한 상황 오판과 허술한 대처, 부실 수색, 사건 축소 및 거짓 해명이 밝혀졌고, 이로 인해 경찰청장과 경기지방경찰청장이 사퇴를 표명했다.

■ 문제점 진단
이번 사건은 경찰대응의 실패, 제도적 장치의 미비, 성숙하지 못한 시민의식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가장 먼저 경찰의 적절하지 못한 대응은 어떠한 이유로도 비난을 피할 수 없다. 112신고 센터에서 기본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C3기능(신고자와의 통신을 통한 정확한 상황판단과 그에 기초한 지휘명령의 하달 그리고 그 지휘명령에 의한 현장의 통제)이 모두 이루어지지 않았다. 1957년 도입된 C3제도는 자동화된 시스템(Communication·Command·Control; 통신·지휘명령·통제)을 통하여 최단시간 내에 경찰인력과 장비 등 제한된 가용자원의 활동이 극대화되도록 고안된 지휘체계를 말한다. 약 7분간 지속된 피해자와의 통화과정에서 나타난 경찰의 대응태도는 국민들에게 경찰을 신뢰할 수 없게 만들었다. 최초 1분 20초간의 대화상황에서 공포에 떨고 있는 피해자에게 불필요한 질문을 하여 시간을 낭비했고, 그 이후에도 긴급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제대로 모른 채 행동하여 그러한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다음으로는 위급상황에 처한 개인을 구조하기 위한 위치정보를 경찰이 이용할 수 없도록 되어 있는 제도적 미비가 신속한 수색과 피해자 구조에 걸림돌이 되었다. 현재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는 긴급 상황에서 소방방재청과 해양경찰청에서만 개인의 위치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2009년 8월 경찰을 개인정보 이용가능 대상에 포함시키기 위한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었지만,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계류되어 있는 실정이다. 이런 제도적인 한계 때문에 사건 신고 후 13시간이 지난 뒤에야 참혹한 상태의 피해자를 발견할 수밖에 없었다.

더불어 성숙하지 못한 시민의식 역시 피해자를 죽음에까지 이르게 한 요인이 되었다. 사건 발생 당시 목격자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내 일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그냥 지나치지 않고 경찰에 신고만 했더라도 피해자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하루 870건에 달하는 112장난전화 역시 경찰의 대응을 늦추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반복되는 장난전화로 인해 경찰은 신고의 진위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시간을 지체할 수밖에 없었고, 이번 사건 역시 그런 상황에 익숙해져 있는 경찰관의 잘못된 대응방식이 불러온 안타까운 현상으로 보인다.

■ 개선방안
이런 안타까운 사건이 다시는 재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앞에서 언급한 문제점들이 조속히 해결되어야만 한다.

먼저 경찰의 적절한 대응이 가능하도록 하는 시스템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경찰에서는 수원사건 이후 112 지령요원의 전문성 제고, 112 지령실ㆍ치안상황실 개편, 112 운영시스템 개선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개선대책을 내놓았다. 이런 대책들이 면피용 정책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형태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미국의 경우는 철저히 신고자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기 위해 힘쓴다. 신고자의 상황을 고려해 신고자가 응답하지 않는 “침묵 신고”에 대해서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뉴욕 경찰의 경우는 여러 가지 상황을 가상한 시나리오를 숙달시킬 수 있는 강도 높은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우리도 이와 같이 신고자가 처해진 상황에 맞춰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이번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신고접수자의 지리적 인지능력 부족은 분초를 다투는 긴급한 상황에서 큰 장애요인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람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유난히 길에 어두운 사람을 흔히 길치라고 한다. 이들은 내비게이션에 의존하지 않고 목적지를 찾아가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운전자의 머릿속에 목적지가 입력되어 있으면 굳이 내비게이션을 켜지 않더라도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을 거울삼아 경찰청에서는 시급히 전국 112센터 요원들에게 강도 높은 교육을 해야 한다. 교육 시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내용은 신고를 받으면 현장에 직접 가지 않더라도 머릿속에 현장이 떠오를 수 있도록 교육시켜야 한다. 그리고 가급적이면 길치가 아니고, 지리적 인지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선발해 이를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지역의 상황을 가장 잘 아는 경찰관들이 직접 신고를 접수하고 이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경찰서 단위의 신고접수 체제로 환원하는 것 역시 고려해 보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신고접수자의 전문성 제고와 함께 선진국에 비해 부족한(1인당 연간 통화건수 서울 65,399건, 뉴욕 7,300건, 도쿄 11,837건) 112 접수요원에 대한 인력 보강 등 신속하고 정확한 대응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근무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로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의 조속한 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얼마 전 소방재난본부와 경찰이 위치추적에 대한 핫라인을 구축해 이전보다 신고자의 위치를 신속하게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이유로 법안의 처리가 무산되었다. 하지만 이 핫라인은 서울에서만 운영되는 것이고 전국적으로 시행되지는 않고 있다. 또한 현재 개설된 핫라인 전화는 1대 뿐이라 위치추적을 요하는 긴급한 전화가 동시에 걸려오게 되면 불가피하게 하나의 신고에 대해서만 위치추적이 가능하고, 다른 신고는 위치추적이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그러므로 위험에 처한 사람들이 즉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현재 계류 중인 법안을 조속히 개정하여 경찰도 급박한 위험에 처한 자, 목격자, 실종아동 등 보호자의 긴급구조 요청 시 개인의 위치정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경우 사생활 침해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엄격한 통제 하에 위치정보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결국 범죄의 예방과 수사의 성패는 경찰의 초동조치에 달려 있기 때문에 초기에 범죄피해자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면 사건의 해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는 성숙한 시민의식의 확립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112 장난전화는 담당업무를 하는 경찰관의 사기와 집중력을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허위신고로 인해 출동한 경찰인력 및 예산의 낭비를 초래하고, 실제로 긴급한 도움을 요하는 상황이 발생할 시 이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문제점이 발생될 수 있다.

최근 이런 장난전화를 방지하기 위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지만, 단순히 처벌강화만으로는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 처벌강화와 함께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단계부터 장난전화로 인해 타인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 등 장난전화의 문제점에 대해 교육함으로써 어릴 때부터 장난전화는 사회적으로 비난받는 행동이라는 것을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루빨리 위와 같은 개선방안이 마련되어 더 이상 수원사건과 같은 참혹한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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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가해자들의 도피처, ‘심신미약’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에선 잔인한 사건들이 보도된다. 서울 강서구 한 피시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청년이 잔인하게 살해됐다는 보도, 오피스텔 관리사무소에서 경비원 2명을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 2011년 같은 회사에 다니던 여성의 몸속에 손을 넣어 숨지게 했지만 상해치사로 종결된 사건 등이 그러하다. 이 잔혹한 사건들의 처리과정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가해자가 ‘심신미약’을 주장했다는 것이다. 실제 경비원 2명을 살해한 20대 남성은 검찰이 사형을 구형했지만 심신미약 주장이 인정돼 일부 감형되었고, 같은 회사에 다니던 여성을 살해한 가해자는 피해자에 입힌 상해 정도가 심각하지만 술에 취해 심신미약이었다는 이유로 4년형을 받았다. 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심신미약을 이유로 처벌은 가벼운 수준에 그쳤다. 잔혹한 살인을 했음에도 ‘심신미약’으로 감형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형법 제10조를 살펴보면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을 하지 않거나 형을 감경한다.’고 명시돼 있다. 여기서 심신장애란 인지·지능·언어·정서·행위 등의 심신기능 면에 장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