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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신공항 취소, 지역의 향후 방안은?

일부 정책결정권자를 향한 압박이 아닌 전국적인 동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필요해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약속했던 동남권 신공항이 결국 백지화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구, 경북, 부산, 경남, 울산 등 영남권 5개 광역시도는 입이라도 맞춘 듯 “승복할 수 없다. 계속 추진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다른 대규모 국책사업이 그렇듯, 동남권 신공항 건설 역시 경제적 효율성, 국토 균형발전, 정치적 판단이라는 세 가지 분야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문제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경제적 효율성을 가장 최상위의 평가기준으로 내세우면서 “종합적으로 국익에 어긋난다”는 판단을 내렸다.

지난 달 30일 서울대 교수인 박창호 동남권 신공항 입지평가위원장은 “3개 평가분야별 총점을 합산한 점수는 (100점 만점에) 밀양 39.9점, 가덕도 38.3점”라면서 “두 후보지 모두 불리한 지형조건으로 인해 환경 훼손과 사업비가 과다하고 경제성이 미흡하다고 판단했다”고 ‘백지화‘를 선언했다.

현 정부가 지난 2009년 타당성 조사를 거쳐 신공항 건설 지역을 발표한다고 약속한 이래 선정 일자가 네 차례나 연기됐고 결국 종지부가 찍힌 것이다.

타의에 의해 뒤집혀 4대강 사업으로 방향이 전환된 한반도 대운하, 대국민 사과까지 하면서 밀어붙였지만 뜻을 이루지 못한 세종시 수정안. 현재 진행형이긴하지만 벌써부터 말이 많은 과학비즈니스벨트에 이어 반복적으로 대규모 국책사업이 공약파기된 것이다.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은 이 문제에 대해 사실상 정면돌파를 선언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특별기자회견에서 “나 하나 편하자면 그냥 (결정) 하고 떠나면 된지만 책임있는 지도자로서 이렇게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해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결과적으로 신공항 공약을 지킬 수 없게 된 것에 대해 개인적으로 매우 안타깝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이 대통령은 시종일관 단호한 태도로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앞세우면서 “국익을 위한 결단”임을 강조했다

이날 이 대통령은 “KTX 개통으로 김해공항 국내선 이용이 급진적으로 줄어들 것 같다. 대구공항은 국내선이 거의 없다”며 동남권 신공항 수요가 충분치 않다는 논리를 전개했다.

‘지방민들이 지역 이익만 쫓는 지역 이기주의자로 매도되는 것 같다’는 대구지역 언론사 기자 질문에 이 대통령은 “영남권 주민들에게 정말 격려하고 싶고 위로하고 싶다”면서도 “그러나 이 사업은 이해해주시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릴 수 밖에 없다”고 답했다.

정부의 발표나 이명박 대통령의 기자회견 모두, 동남권신공항 건설론자들을 납득시키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심지어 동남권신공항에 심드렁한 수도권에서도 고개를 가로젓는 분위기다.
왜일까? 정부와 이 대통령의 답변에는 경제적 효율성에 대한 나름의 고민이 담겼지만 나머지 두 가지 요인, 즉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철학, 정치적 판단에 대한 배경 설명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경북 포항 출신이지만 대학시절 이후 줄곧 서울에서 일하고 생활한 서울시장 출신인 이 대통령은 지방 사업과 관련해선 유독 박한 태도를 보여왔다. 서울 시장 시절 수도이전 문제에 대해 “군대를 동원해서라도 막고 싶다”고 말했었고, 세종시도 정운찬 전 총리를 전면에 내세웠었지만 이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사안이었다.

지난 정부 때 확정된 공기업 본사 지역 이전 문제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아주 굼뜨다. 효율성과 경제논리를 중시하는 이 대통령 체질에 지역균형발전 논리가 잘 먹히지 않는다는 말이다.

박 전 대표의 비서실장 출신인 유승민 의원이 “지역균형발전이란 측면에서만 본다면 박 전 대표는 이 대통령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쪽에 더 가깝다”고 말할 정도다.

그리고 정치적 판단 부분에서 바라보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선거 공약, 약속과 관련해서 이 대통령을 신뢰하기 쉽지 않다는 말이다. TV생방송에 출연해 “공약집에 있던 것도 아니다”고 하던 과학비지니스벨트는 공약집에 버젓이 들어 있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08년에는 미국 오바마 대통령에 대해서도 “선거 때 한 발언을 근거로 계속 얘기할 필요가 없다”면서 “선거 때 무슨 얘기를 못하나. 그렇지 않은가. 표가 나온다면 뭐든 얘기하는 것 아닌가. 세계 어느 나라든지”라고 말한 바 있다.

박근혜 전 대표의 경제가정교사로 불리는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추구하는 정치의 핵심은 ‘신뢰의 정치’와 ‘지역균형발전’이라고 할 수 있다”며, “이게 안 되면 국민의 삶과 행복의 질을 높이기 어렵다는 게 박 전 대표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러니 박 전 대표가 대구에서 “(이 대통령이) 약속을 어겨서 유감이다”, “신공항은 계속 추진되어야 한다”며 각을 세울 수밖에. 물론 박 전 대표의 이 발언에 대해 이 대통령은 “고향에 가서 그렇게 말하는 입장을 이해한다”면서 ‘정치적 발언’으로 치부하고 말았다.

이제 상황은 더 복잡해지고 있다. 청와대가 지역발전정책을 종합점검하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일 오전 수석비서관회의를 직접 주재하는 가운데 이같은 보고를 받고 “갈등이 있는 국책사업은 가능한 조속히 결정해야 한다”면서 “갈등이 많은 사업일수록 시간을 끌면 안 된다”고 말했다.

상반기 중에 예정된 큰 지역 사업만 해도 과학비즈니스벨트 선정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 이전을 비롯해 줄줄이다. 물론 경제성이 떨어지는 지역 사업 조정은 긍정적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청와대와 정부가 정치력을 발휘하면서 합리적 설득작업을 진행하지 못할 경우 공정성 논란도 커지면서 갈등이 더 증폭될 것을 불을 보듯 뻔하다. ‘수도권 대 지방’ 대립구도의 악화도 우려된다.

지역발전정책 종합점검은, 폭증하는 국가부채 등 재정문제를 위해서라도 필요한 작업이지만 동남권신공항 건립을 둘러싼 논란처럼 곳곳에 폭발력 높은 뇌관들이 산재해있다. 게다가 각각 다른 지역기반을 갖고 있는 차기 대권 후보군과 여야 정당들에게도 예민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지역사업에 대한 ‘옥석구분’은 지역 간 갈등을 촉발시킬 가능성도 매우 높다. ‘살생부‘에 포함되지 않기 위해선 우리 지역 사업이 저쪽 지역 사업보다 더 우위에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되기 때문이다. 최종적으론 백지화로 귀결된 것을 감안하면 허탈하기 짝이 없지만 ‘밀양이냐 가덕도냐’를 두고 대구경북권과 부산권이 ‘플랭카드 전쟁‘을 불사하며 엄청난 신경전을 벌이지 않았던가? 이젠 과학비즈니스벨트를 두곤 충청권과 대구경북권의 갈등이 높아지고 있다. 정치가, 갈등을 통합하진 못할 망정 갈등을 조장하고 있는 꼴이다. 어쨌든 영남권은 ‘신공항 재추진’을 선언했다. 지난 5년 여 간이 그랬듯이, 앞으로도 쉽지 않은 길이 펼쳐질 것만은 분명하다.

이 지면을 빌어 약간의 제언을 내놓고자 한다. 사실 전국적으로 보면 동남권신공항에 대한 호응이 그리 높진 않다. 여러 여론조사를 보면 반대가 약간 높은 수준에서 찬반이 팽팽한 상황이다. 전국에 산재한 지방 공항들이 적자에 허덕이는 점, 대규모 토목공사에 대한 거부감이 점점 높아지는 점 등을 감안하면 갑자기 찬성 여론이 높아지길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이런 난점을 극복하기 위해선 철저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지 않을까? 해당 지역 내 서명운동, 삭발 등이 동반되는 대규모 옥외 집회, 플랭카드 도배 등은 해당 지역의 열망을 표출하는 것에 가깝지 여타 지역의 이해와 동의를 이끌어 내는데 그리 적절한 방법인 것 같진 않다는 이야기다. 수도권에 대한 홍보 강화와 세련된 접근, 전국적 차원의 지역균형발전 전략 제시 등이 필요할 것 같다. 정치인들은 ‘표’를 먹고 사는 사람들이고, 정부는 국민의 요구를 따르게 마련이다. 대통령이나 일부 정책결정권자를 향한 압박이나 읍소보단, 전국적 차원의 동의를 이끌어내는 게 훨씬 효율적인 방법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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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봉사활동으로 채워지는 꿈 영원히 미성년에 머물러 있을 줄 알았던 내가 성년이 되었다. 봉사활동을 즐겨 하던 어린아이는 어느덧 스물두 살의 대학교 3학년이 되어 ‘청소년’의 끝자락을 향해 가고 있다. 몇 년간 봉사해 오니, 이것이 적성에 맞는 것 같다는 작은 불씨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진로를 향한 작은 불씨는 단순히 봉사활동으로 뿌듯함과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 아닌, 직업으로 삼아 다양한 연령층을 위해 복지를 지원하고, 클라이언트의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큰 불씨로 번지게 되어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하였다. 대학교에서 한 첫 봉사활동은 학교에서 진행하는 독거노인분들께 ‘편지 작성 및 생필품 포장, 카네이션 제작’이었다. 비록 정기적인 봉사는 아니었지만, 빼곡히 적은 편지를 통해 마음을 전해 드릴 수 있었기에 뜻깊음은 배가 되었다. 하지만 조금의 아쉬움은 있었다. 봉사활동이라고 하면 직접 대상자와 소통할 줄 알았는데 해당 봉사는 대상자와 면담하지 못하고, 뒤에서 전달해 드리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가장 기억에 남는 봉사활동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장애아동어린이집‘에서 활동한 겨울 캠프 활동 보조일 것이다. 이곳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아동들이 다른 길로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