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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피임약 일반의약품 전환

원치 않는 임신 자체가 응급상황 VS 응급피임약은 말 그대로 응급약


정부가 응급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 응급피임약은 성관계를 가진 후 피임을 목적으로 먹는 약으로 일반의약품으로 전환되면 의사의 처방 없이 구입이 가능해진다. 일반의약품 전환에 대해 원치 않는 임신 자체가 응급상황이라는 찬성론과 오남용의 부작용을 피할 수 없다는 반대론이 맞서고 있다.

이에 응급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에 대해 찬성과 반대 양쪽의 의견을 들어본다.



■ 찬성 - 원치 않는 임신이 염려되는 것 자체가 응급상황이다.
정슬아(한국여성민우회·여성건강팀 활동가)

월요일 아침 친구 하나가 질문을 했다. 애인과 성관계를 했는데 피임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불안해 산부인과에 가서 사후응급피임약을 받으려고 하는데 부작용이 심하냐는 거였다. 그래서 고용량의 호르몬으로 만들어진 사후응급피임약은 반복해서 사용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니 몸에 생길 수 있는 영향에 대해서 자세히 물어보고 앞으로는 애인과 각자가 할 수 있는 다양한 피임방법을 고민해보는 것은 어떠냐는 말을 했다. 그래야 다음 생리가 시작되기 전까지 계속되는 임신에 대한 공포와 그 후에 본인이 처할 수 있는 ‘응급’상황에서 그나마 자유로울 수 있지 않겠냐는 ‘섹스 후에 오는 것들’에 대한 얘기를 하며 말이다.

친구를 고민하게 했던 사후응급피임약은 병원에 직접 방문하여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만 복용 가능한 전문의약품이다. 그렇기에 병원이 열지 않는 주말을 지나고 서야 병원을 가야만 했다.
하지만 응급피임약인데 왜 꼭 병원에 가야만 복용할 수 있는지 물음표가 계속해서 따라다닌다. 그래도 친구는 병원에 가니까 부작용에 대한 고지나 복약 지도 등이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별다른 얘기를 듣지 못한 채 처방전만 받고 나왔다고 한다.

이럴 거면 왜 병원에서 의사와의 상담이 꼭 필요한 약이라고 하는지 또 하나의 물음표가 계속해서 따라다닌다. 그렇다. 이처럼 사후응급피임약은 그 약이 가져야 하는 ‘응급성’도 실제 복용자인 여성에게 제공해야 하는 정보전달에 대한 현장의 모습은 의사와의 상담과 복약지도의 중요성에 대한 그들의 주장과는 다르다.

더불어 그들은 여성들이 약이 가지는 위험성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응급’약임을 망각하고 아무 때나 먹어도 되는 간편한 피임약으로 여기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여성들에게 있어서 ‘응급’상황은 성폭력 등만의 상황이 아니다.

원치 않는 임신이 염려되는 것 자체가 응급상황이다. 여성 스스로의 인생이 총체적으로 재편되어야 하는 상황에 준비 없이 놓이게 되는 것을 막기 위한 방법으로 여기는 것이지 간편한 피임법으로 여기고 있지 않다. 내 몸에 직접 일어나는 부작용인데 그를 염려치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렇다면 여성들은 왜 ‘조신치 못하게 결혼도 안했으면서 피임도 제대로 안하고’ 성관계를 가져서 이 사단을 만들어 냈는가. 현재 한국사회는 ‘결혼’이라는 제도 밖의 성관계가 수없이 존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성들의 정숙만을 요구할 수 없다. 성관계는 남녀가 같이 하는 거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피임은 또 왜 제대로 안했을까? 한국사회는 성차별적인 피임문화를 갖고 있다. 피임은 여성과 남성, 공동의 책임임에도 불구하고 남성들의 피임 실천률은 여전히 낮다.

이처럼 피임방법을 선택하고 실천하는 과정에서 여성과 남성은 동등한 발언력을 갖고 있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남성들은 자신의 성감을 위해 여성들에게 사후응급피임약을 포함한 경구피임약을 강요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반의약품 전환에 대한 결정권을 갖고 있는 보건복지부가 이달 안에 일반약 전환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릴 것이라는 기사를 봤다. 병원판매만 가능한 사후응급피임약에 대한 약국시판 가능여부가 곧 결정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그간 반복해서 ‘Ctrl+C, V’할 수밖에 없었던 해결되지 않은 문제에 대한 언급을 다시 한 번 힘을 주어 말해야할 필요가 있겠단 생각이 든다.
사후응급피임약은 ‘약물의 부작용, 생명경시 풍조, 무책임한 성관계가 초래하는 성문란’ 등을 이유로 구입이 손쉬운 일반약으로 전환해서는 안 된다는 일부 종교계와 의료계의 주장 이 있다.

하지만 ‘응급’상황에 대한 재정의와 접근성을 확보의 필요성과 함께 원치 않는 임신을 막을 수 있는 방법으로의 역할 등을 고려하지 않고 얘기해서는 안 된다. 물론, 단순하게 사후응급피임약을 일반약으로 전환을 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닌 한국사회가 가지고 있는 성차별적인 피임문화에 대한 재구성이 필요하지만 말이다.

보건복지부의 결정이 어떻게 나든 잊지 말자. 사후응급피임약에 대한 일반약 전환논쟁에서 빠지지 않았던 것은 여성건강권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적인 고민과 남성들의 일상적인 피임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던 모두의 주장을 말이다.



■ 반대 - 응급피임약의 오남용은 이미 현실
김현철(사단법인 낙태반대운동연합·회장/침례신학대학교·겸임교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녹색소비자연대가 “낙태예방의 실천방안으로 사후응급피임약의 일반약 전환을 제안한” 것으로 알고 있다. 상기의 사회적 공익단체들이 태아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며 낙태예방에 뜻을 같이 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그러나 노레보정으로 대변되는 응급피임약을 전문의의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예상과는 달리 낙태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고 도리어 준비되지 않은 임신을 늘리며 따라서 불법적인 낙태를 고민하게 만들게 된다는 현실을 간과해선 안된다.

응급피임약이라는 용어 대신에 사후피임약이라는 용어가 이미 일반인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었다. 피임이란 원래 사전에 하는 것이지 사후에 하는 것이 아니다. 응급피임약은 강간과 같은 비상상황에서만 사용해야 하는 말 그대로 응급약이다. 그런데 일반인들이 응급약으로 인식하지 않고 피임약의 한 종류로 알고 있기 때문에 오남용이 우려되며, 실제로 오남용이 된 사례들이 있다.

응급피임약은 일반 피임약에 비해 호르몬 농도가 10배 정도 되는 매우 강력한 약이다. 고농도 호르몬은 여성의 생리체계를 인위적으로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건강에도 좋지 않고 수반되는 여러 가지 부작용도 많다. 그리고 피임을 하지 않은 채 성관계를 했을 때 72시간 내에 복용하면 임신을 막을 수 있는 약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제로 임신에 이르지 않으려면 24시간 내에 복용해야 효과가 있다. 그리고 실제 사용자의 경험으로는 25∼30% 피임 실패율를 보이고 있다. 효과가 능통한 사후피임약으로 과신을 해서 도리어 임신에 이르게 되고, 임신을 책임지지 않는 사람은 낙태까지 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약의 속성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약을 사용한 사람이 53∼67%로 조사되었다(순천향대 산부인과 피임연구회).

우리나라에서 응급피임약을 처방 받는 여성의 80%가 미혼이다. 10대가 20%, 20대가 67%이다. 월요일에 병원을 들러 처방 받는 경우가 전체의 93%이다. 피서철인 7월, 8월과 연말인 12월에 다른 달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응급피임약의 판매가 증가한다. 이런 사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금방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성생활에 대한 책임의식도 부족하고, 정확한 성지식이나 약에 대한 지식도 없는 채, 성경험의 빈도만 높아지고 있다.

이 상황에서 사후피임약이라고 잘못 알려져 있는 약을 맹신하고 의존했을 때 우리나라 여성의 건강이 매우 우려된다. 도리어 준비되지 않은 임신확률이 더 높아질 수 있고, 따라서 낙태도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현재 의사의 처방에 따라 구입할 수 있는 노레보나 포스티노는 불가피한 상황에서만 사용해야 하는 응급약(Emergency)이다. 그런데 어떻게 응급약이 연간 59억 원어치, 62만 팩(하루에 1,700팩)이 판매될 수 있겠는가? 또한 여러 번의 사용 경험을 가진 여성들이 많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겠는가?

(사)낙태반대운동연합은 2001년 현대약품에서 노레보정의 수입허가신청을 식약청에 제출했을 때 여러 가지 이유로 반대하였다. 그 당시 이미 (사)낙태반대운동연합에서는 “처음에는 전문의약품으로 허가를 내주지만 언젠가는 일반의약품 전환 시도를 할 것이다.”는 우려를 하였다. 그러나 결국 수입을 허가해 주었는데 당시 보건복지부와 식약청 관계자는 “결코 일반약 전환은 없을 것이다.”라고 강조해서 말하면서 ‘최소한의 사용, 엄격한 통제, 전문의의 처방’을 약속했었다.

그동안 노레보정과 관련하여 상담한 사례를 보면 노레보정의 오남용은 이미 현실이다. 그로 인해 보호되어야 할 여성들이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응급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하는 것이 소비자의 편의, 여성 건강의 증진, 낙태 예방의 명분이 될 수 있겠는가? 지난 10년 동안의 현실은 정반대의 결과가 이미 나타났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우리나라 여성들의 건강을 생각할 때 응급피임약을 전문의의 상담과 지도 없이 개인의 판단으로 구입하고 복약하는 것에 대해서 우려를 금할 수가 없으며,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서 응급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 재분류를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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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가해자들의 도피처, ‘심신미약’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에선 잔인한 사건들이 보도된다. 서울 강서구 한 피시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청년이 잔인하게 살해됐다는 보도, 오피스텔 관리사무소에서 경비원 2명을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 2011년 같은 회사에 다니던 여성의 몸속에 손을 넣어 숨지게 했지만 상해치사로 종결된 사건 등이 그러하다. 이 잔혹한 사건들의 처리과정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가해자가 ‘심신미약’을 주장했다는 것이다. 실제 경비원 2명을 살해한 20대 남성은 검찰이 사형을 구형했지만 심신미약 주장이 인정돼 일부 감형되었고, 같은 회사에 다니던 여성을 살해한 가해자는 피해자에 입힌 상해 정도가 심각하지만 술에 취해 심신미약이었다는 이유로 4년형을 받았다. 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심신미약을 이유로 처벌은 가벼운 수준에 그쳤다. 잔혹한 살인을 했음에도 ‘심신미약’으로 감형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형법 제10조를 살펴보면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을 하지 않거나 형을 감경한다.’고 명시돼 있다. 여기서 심신장애란 인지·지능·언어·정서·행위 등의 심신기능 면에 장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