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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는 안중에도 없는 지상파 광고총량제 논란

광고총량제 도입은 시청률 지상주의 강화, 지상파방송의 공공성 퇴보하는 제도

방송통신위원회 산하 방송광고균형발전위원회가 발표한 ‘방송광고 시장 활성화 방안’에 방송광고총량제, 간접광고 및 협찬고지 규제 완화, 방송광고 금지 품목 완화 등의 내용이 담기면서 지상파 광고총량제 도입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광고총량제는 전체 시간 범위 내에서 방송사가 자율적으로 광고를 편성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총방송광고 허용량에서 방송사가 광고유형과 시간, 횟수, 길이 등을 자율적으로 정하게 하는 것이다. 현재는 시간당 10분의 광고시간을 반드시 준수해야 하며, 단가가 가장 높은 프로그램 앞뒤에 붙는 광고는 6분(15초 짜리 24개)까지만 허용되고 있다. 나머지 광고는 프로그램 종료화면과 후속 프로그램을 예고하는 화면 중간에 토막광고로 넣거나, 시간을 알리는 시보광고, 자막광고 등을 할 수 있다. 유료방송의 경우 시간당 총량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시간당 평균 10분을 기준으로 최대 12분까지 허용하고 있다.

특히 유료방송의 경우 현재 지상파에서 금지되어 있는 중간광고가 허용되고 있는데 45분 이상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길이에 비례해 최대 6분, 회당 1분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광고총량제가 지상파방송에서 시행되면, 시간당 평균 10분의 광고 시간을 지키는 선에서 시청률이 높은 황금시간대에 최대 12분까지 광고를 프로그램 앞뒤에 붙일 수 있게 되며, 이는 산술적으로 15초짜리 광고를 기준으로 1시간짜리 프로그램에 최대 48개의 광고를 붙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기존에 비해 광고가 약 2배 가량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광고 유형이 일곱 가지에 달하고 나열식인데다 중간광고도 금지하고 있어 광고시장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지상파 방송사들은 광고총량제와 중간광고 도입의 당위성으로 방송통신이 융합됨에 따라 세계적으로도 수평적 규제 시스템을 도입하는 추세임을 들고 있다. 한마디로 유료방송과 경쟁할 수 있도록 동일한 규제의 틀을 적용해 광고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방송 관련 주요국가들의 경우 수평적 규제를 도입하기 하는 추세임은 맞지만 지상파 방송사들의 공정성 및 공공성이 도마 위에 올라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규제를 풀어 주는 경우는 없다. 지상파방송의 비대칭 규제를 해소해 주기 위해서는 지상파방송 스스로 신뢰성에 대한 회복이 전제되어야한다. 선진적인 방송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들의 경우 무엇보다 공공성이 강조되는 지상파방송의 규제완화 및 제도도입에 있어서는 각 제도에 대한 세부적 시행방식의 수립단계 이전부터 다양한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며, 시행방식에 있어서도 단계적·제한적 시행이 선행된다. 또한 시청률 경쟁이나 방송의 과도한 상업화 등 광고규제 완화로 일어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별도의 규제 및 제어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광고총량제를 도입 목적으로 밝히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방송사들의 경영난 타개다. 하지만 2001년 3343개였던 방송 광고주가 2011년에는 2032개로 격감했기 때문에 지금의 경영난이 발생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시청자에게 신뢰를 잃고 외면 받는 방송에 광고가 줄어드는 것은 어찌 보면 지극히 당연한 현상일 뿐이다. 또 광고총량제 도입으로 지상파 3사가 연간 1000억원 정도의 추가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정도 금액으로 방송사들의 경영난이 일시에 해소되기도 어렵다. 현재의 지상파 방송사의 방만한 경영과 불합리한 지배구조 하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없기 때문에 광고 등 규제완화를 통한 이익창출 구조에 혈안이 될 수밖에 없다. 이미 지상파방송사들이 도입을 주장하고 있는 중간광고 허용, 간접광고 규제완화와 광고총량제가 결합하게 되면 결국 광고주나 방송사가 광고효과와 광고수익을 위해 시청률이 높은 프로에 집중하게 되고, 방송의 선정성·저질화·폭력성 등 막장 프로그램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고 이는 시청률 지상주의 강화를 초래하게 된다. 지상파 방송의 존재 이유 중 가장 큰 공공성의 퇴보를 불러 오게 되는 것이다.

2010년 방송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방송프로그램을 통한 간접광고가 허용되면서 드라마들은 제품이나 브랜드의 근접촬영을 통한 수시 노출, 광고 상품의 특장점 부각을 위한 의도적인 대사, 상품광고를 위한 억지 상황설정 등 시청자가 보고 있는 것이 드라마인지 광고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무차별적인 간접광고를 퍼붓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광고 홍수로 인한 시청자의 피로감이 높아질 대로 높아진 상황인 것이다. 이미 드라마 한 편당 간접광고를 시행하는 제작지원 업체는 평균 10개 이상이며, 간접광고에 준하는 협조·협찬 업체를 합하면 수십곳을 훌쩍 넘어섰다. 제작지원을 통한 공식적인 간접광고 뿐 아니라 협조·협찬 업체의 광고성 장면들도 드라마 곳곳에 등장하고 있다.

간접광고 제품의 의도적 클로즈업이나 부각 등은 거의 직접광고 수준이었다. 이렇듯 드라마 등 방송프로그램 전반에 걸쳐 이루어지고 있는 노골적이고 과도한 간접광고로 인한 상업화와 프로그램의 질적 저하 문제는 꾸준히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문제점은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간접광고의 양적 증가뿐만 아니라, 세부적 심의 규정과 기준 미비로 인해 실효성 있는 규제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이로 인한 문제들은 고스란히 시청자가 떠안아야만 하는 상황이다. 간접광고 허용 당시 드라마 제작에 있어서 광고수익만을 우선하여 극의 흐름을 무시한 채 광고를 중심으로 드라마가 제작될 수 있다는 우려가 지금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시청하면서 체감할 수 있는 간접광고의 정도는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시청자가 불쾌감과 피로감을 느낄 정도의 무차별적인 간접광고로 인해 시청권이 침해되는 상황이 이미 벌어지고 있다.

2004년 이후 정부는 지상파 방송에 민영 미디어렙 허용, 광고규제품목 완화, 심야방송 허용, 간접광고 허용 등 광고 관련 규제들을 하나씩 풀어주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규제완화는 시청자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문제임에도 정작 시청자 권익 증진이나 공공적인 측면에서의 방송정책은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또한 그간 방송사들이 광고규제 완화를 통해 재원을 확보하고 질 높은 콘텐츠를 시청자에게 제공하겠다는 약속이 과연 지켜져 왔는지도 의문이다. 광고규제가 완화되면 완화될수록 지상파 방송사들은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선정성, 폭력성, 비윤리성, 비현실성, 현실왜곡 등으로 얼룩진 드라마들을 시간과 장르에 상관없이 무차별적으로 방영하고 있고 걸그룹들의 노출이 화제가 되는 음악방송이 가족시청시간대에 방영되는 등 가족이 함께 시청할 수 있는 방송프로그램은 날로 줄어가고 있다. 광고규제 완화로 인한 재원확보가 질 높은 콘텐츠 생산으로 이어진다는 방송사들의 얘기는 허언이었던 셈이다.

무엇보다 공공성을 지닌 매체인 지상파방송은 광고가 아닌 방송프로그램 제작의 질이 우선시 되어야 하며, 완성도 높은 프로그램을 제작해 시청자에게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건 돈이 많고 적고의 문제가 아니며 방송사의 구조적인 문제와 구성원들의 사명감과 같은 의식의 문제인 것이다. 또한 방송통신위원회 역시 지상파방송의 채널 차별성, 공공성 유지 등 기본적인 방송발전 마스터플랜 없이, 규제완화부터 하겠다는 것은 스스로 존재이유를 저버리는 것이다. 광고로 도배된 주시청시간 대 프로그램은 시청자의 주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광고총량제 등 방송관련 정책수립에 있어 시청자 의견을 우선시 하고 반영할 수 있는 제도적인 뒷받침을 확실히 마련한 가운데 규제완화 등 방송발전 전반에 대한 논의가 새롭게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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