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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명 주소’의 정책 안정화 방안 - 당신은 ‘도로명주소’를 쓰고 계시나요?

강하게 밀어붙이기보다 꾸준한소통이 필요


필자는 지난 5월에 이사를 했다. 주인댁과 작성한 주택임대차계약서에는 지번 주소가 담겨 있다. 그러나 어차피 올해를 끝으로 운명을 다할 지번 주소와 결별하고, 정부에서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도로명 주소’로 전입신고를 하리라 마음먹고는 정부민원포털 ‘민원24’ 사이트를 통해 전입신고를 마쳤다.

그런데 얼마 전 주민센터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내가 사는 집의 통장님이 전입한 필자가 해당 주소에 살고 있는지 몇 번이고 확인하셨지만, 필자가 해당 주소에 살고 있지 않다고 말씀하시더라는 것. 주민센터 직원께 해당 주소에 살고 있으니 걱정마시라고 전하면서 혹시나 싶어 필자의 주소를 확인해 보았다. 아뿔사! 도로명 주소 숫자 하나가 달리 기재되었단다. 주소정정신고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떠안게 됐다.

필자의 사례는 지번 주소이거나 도로명 주소이거나 그 어느 경우에서든 벌어질 수 있는 일종의 해프닝이다. 그러나 내년부터 전면 시행될 도로명 주소 제도가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지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그렇다면, 이 글을 읽는 여러분께서는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의 ‘도로명 주소’를 아시는가?

● ‘도로명 주소’ 대체 그게 뭔가요?
‘도로명 주소’ 전면 시행이 불과 한 달 남짓 앞으로 다가왔다. 당장 내년부터는 기존 지번 주소는 사라지고, 이 나라의 모든 주소가 도로명 주소 체계로 바뀐다. 주소가 우리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더 이상 부연하지 않아도 될 정도다. 모든 통신수단이 사라진 고립무원의 무인도에서 나홀로 살지 않는 이상, 주소가 없는 집, 학교, 직장에서 살아간다는 일상을 생각하기 쉽지 않다. 그 때문인지 사실 정부가 1996년부터 주소체계를 바꾸는 사업을 추진해 왔지만, 2011년 도로명 주소 전면 시행을 위해 2010년 새 주소를 전국에 일괄 고지하고도 결국 2014년 전면 시행으로 미루어졌다.

당초 지번 주소를 대체해야 한다는 정부의 고민은 197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971~1973년간 일본의 구역 방식 주소체계를 도입하기 위해 전국 6대 도시에 시범 적용된 바 있고, 1980년에는 ‘신 주소표시제도 실시에 관한 규정’을 제정하였으나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1995년에 폐지되었다. 그래서 떠오른 대안이 도로명 주소 도입이다. 1995년 당시 청와대 국가경쟁력강화기획단의 정책추진과제로 주소제도 개선이 채택되면서부터다. 1996년 7월 ‘도로명 및 건물번호 추진방안’이 발표되고, 1997년 1월 1차 시범사업을 서울 강남구와 경기 안양시에서 시작했고, 이듬해 경기 안산시 등 4개 도시에 확대 실시했다.

1999~2003년간 2단계 시범사업을 전국 135개 도시에서 시행되기에 이른다. 이때까지는 법적 주소는 지번주소 그대로 두고, 도로명 주소는 생활주소로 병행 사용하는 것이 기본계획이었다. 그런데 정부의 여러 가지 노력에도 불구하고 도로명 주소 사용은 거의 확산되지 않았고, 실효성 없는 사업에 예산만 낭비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심지어 정부 내부와 국회에서도 부정적 평가가 높아지면서 예산이 대폭 삭감되는 등 이 사업을 계속 추진할 수 있을지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당시 주무부처인 행정자치부가 내놓은 대책이 바로 도로명 주소를 아예 법으로 제정해 주소체계를 강제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주소체계 개편사업의 성과가 좋아 법으로 추진된 게 아니라, 그간의 사업성과가 없어 존폐 위기에 몰리자, 조직과 사업을 살리자고 입법을 추진한 꼴이다. 실효성이 의심되던 도로명 주소체계 도입사업은 이듬해 2006년 10월 국회를 통과해 2007년부터 법률로 시행되었다. 이 법이 만들어짐에 따라 도로명주소 사업은 법정 사업으로 위상이 확고해지고, 도로명 주소는 2011년부터 기존 지번주소와 병행 사용 기간을 거쳐 2012년부터 아예 유일한 법적 주소로 사용하도록 규정된다. 이때부터 도로명주소 통합센터를 구축하고, 전국의 도로명판 등 시설물 설치도 2010년 10월까지 완료됐으며, 정부 차원의 대대적 홍보가 이어졌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법률 제정 이후 정부 나름대로는 적극적으로 사업을 진행했지만 여전히 시민들 사이에는 새 주소가 여전히 낯설었다. 아니 오히려 불편했다고 보는 게 맞겠다. 2006~2010년의 5년간 정부가 매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시민들의 도로명 주소 인지도와 사용 경험 등이 크게 나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국회에서 법률을 개정해 당초 전면 시행시기를 2012년에서 2년 유예해 2014년으로 변경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부터는 아예 도로명 주소체계를 확장한 ‘위치찾기 선진화 제도’를 추진하겠다고 나서는 상황이다.

● 도로명 주소체계, 이대로 좋은가요?
다소 성급한 결론일지 모르지만, 도로명 주소체계 도입은 새로이 고민되어야 한다. 도로명 주소체계가 우리 지형적 특성이나 전통적 공간문화를 거스르며 지나치게 서구의 방식만을 따르고 있어 정부가 생각하듯 홍보가 부족해 시민들에게 잘 쓰이지 않는 게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황평우 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한반도는 전통적 산악 지역으로 길이 아니라 면적 개념의 정주성을 강조한 문화를 갖고 있다”며 “전통적 지명을 다 없애고 번호를 부여한다는 것은 폭력적인 방식” 이라고 말한다.

황 소장은 “도로명주소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자꾸 종로구의 동 이름이 복잡하다고 언급하는데, 동 이름의 유래를 알면 도시가 진행된 역사를 알 수 있다”며 “지명을 바꾸면 역사, 지리, 민속, 민담, 문화사 등을 다 바꿔야 하는 것은 물론, 과거와 현재의 연속성은 모두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참여연대가 위치한 종로구는 80개가 넘는 동명으로 ‘복잡하다’는 비판을 받아, ‘청운동’과 ‘효자동’을 ‘청운효자동’으로 바꾸는 등 행정동을 17개로 줄였지만, 도로명 주소는 오히려 50개가 넘는 실정이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 교수 또한 ”영국은 도로 중심으로 도시가 발달됐고 도로명주소를 사용하지만, 도로명이 부여된 도로의 길이가 짧은데 비해 우리나라 도로명주소의 도로는 너무 길다“고 지적하고 있다.

예를 들어 런던의 ‘킹스트리트’라고 하더라도 길이가 길지 않아 킹스트리트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크리스마스 파티를 함께 하는 등 지리적 공동체성을 갖는다. 사실상 ‘스트리트’가 우리나라의 ‘동’처럼 쓰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양천구 신정동 주민에게 ‘국회대로’라는 주소를 부여하면 지리적 정체성을 갖겠냐는 게 조 교수와 같은 전문가들이 생각이다. 필자부터 누군가 ‘일하는 곳의 위치가 어찌 되냐?’고 묻는다면, ‘종로구 자하문로9길이요’ 라고 답하기보다 ‘종로구 통인동 또는 효자동’, ‘경복궁역 2번 출구 방향으로 몇 분 거리’로 답하게 마련이지 않은가?

더구나 이제 정보기술의 초급속 발전으로 각자가 가진 스마트폰으로도 목적지를 찾아갈 수 있는 네비게이션은 이제 완전히 일상화되었고, 상업적 동기에 의해 꾸준히 업데이트 되고 있다. 도로명 주소든 지번 주소든 시민들에게는 공간을 찾을 때 쓰는 코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걸 뜻한다.

도로명 주소 시행 위한 소통 자체가 대안 모색의 길!굳이 지난 17년 동안 4000여억 원이 넘는 막대한 예산을 들이고도 시민들에게 낯설기만 한 도로명 주소만을 유일한 주소로 남겨둘 까닭이 있을까? 문제의 핵심은 ‘지번 주소냐, 도로명 주소냐’에 있지 않다. 정부가, 특히 이명박 정부가 도로명 주소체계 추진과정을 살펴보면, ‘정부는 준비 끝났으니 국민들은 따라오라’는 식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시민들의 일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주소체계 개편임에도 막무가내식의 행정편의주의적 폭력성으로 점철되어 있고, 진정한 소통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방식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도로명 주소를 시행하더라도 지번 주소 수준의 전통과 역사적 맥락에 이르진 않더라도 적어도 한 세대를 넘는 정도의 안정화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

그 기간 동안 도로명 등 도로체계 전반과 함께 조소체계 이용당사자인 시민들의 공간과 문화적 행태에 맞도록 전면적인 재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지번 주소와 병행 시행하면서 지역별로 주민자치기구 등을 통해 검토되고 보완될 수 있도록 하는 것 자체가 주소체계의 대안 모색을 위한 소통의 일환이자 시민 홍보를 위한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동네의 모든 길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배달하시는 분들조차도 ‘도로명 주소, 잘 모르겠다’면, 그 자체로 도로명 주소 사업의 성과는 말 다한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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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가해자들의 도피처, ‘심신미약’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에선 잔인한 사건들이 보도된다. 서울 강서구 한 피시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청년이 잔인하게 살해됐다는 보도, 오피스텔 관리사무소에서 경비원 2명을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 2011년 같은 회사에 다니던 여성의 몸속에 손을 넣어 숨지게 했지만 상해치사로 종결된 사건 등이 그러하다. 이 잔혹한 사건들의 처리과정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가해자가 ‘심신미약’을 주장했다는 것이다. 실제 경비원 2명을 살해한 20대 남성은 검찰이 사형을 구형했지만 심신미약 주장이 인정돼 일부 감형되었고, 같은 회사에 다니던 여성을 살해한 가해자는 피해자에 입힌 상해 정도가 심각하지만 술에 취해 심신미약이었다는 이유로 4년형을 받았다. 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심신미약을 이유로 처벌은 가벼운 수준에 그쳤다. 잔혹한 살인을 했음에도 ‘심신미약’으로 감형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형법 제10조를 살펴보면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을 하지 않거나 형을 감경한다.’고 명시돼 있다. 여기서 심신장애란 인지·지능·언어·정서·행위 등의 심신기능 면에 장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