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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후쿠시마 수산물’이 아니다

우리를 정말 두렵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후쿠시마 이후, 여기 대한민국은 안전한가? 이것은 대단히 복잡하고 심각한 문제다. 대다수 사람들이 실제적인 위협 때문에 불안에 떨고 있다. 밥상이 공포의 대상이 됐다. 추석을 앞둔 시장이 썰렁하다. 아무도 밥상을 마음 놓고 차리지 못한다. 아무리 ‘안전하다’고 신문과 방송에서 떠들어 봤자 믿는 사람은 없다. 믿고 싶지만 믿을 수가 없다. 구체적인 내용은 없는 “우리는 안전하다. 우리 바다에 방사능 오염수는 없다.”는 정부 지침은 불안을 오히려 가중시킨다. 없던 불안까지 부추긴다. 너무도 신속하게 ‘조사’가 마무리 되곤 할 뿐 아니라, 판에 박힌 몇 줄짜리 내용이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최악의 뉴스인 것이다.

그렇다고 달리 뾰족한 대책이 있는 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선뜻 사지도 먹지도 못하고 전전긍긍하고 있을 뿐이다. 집에서 안 먹었다고 해서, ‘안전’했을 리도 없다. 어디서 어떤 경로로 유통되었는지 알 길이 없다. 학교 급식마저 안전하지 않았음이 최근에 속속 드러나고 있다. 아예 어떤 ‘원산지 표시’도 ‘식품 안전 기준’도 믿을 수가 없게 된 상태다.

●그때, 우리 정부는 무엇을 했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어난 지 2년하고도 반년이 지났다. 2011년 3월 11일에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났다. 시작은 자연재해였지만, 정작 크게 터진 건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였다. 2011년 3월 12일, 도호쿠 지방 태평양 앞바다 지진과 그로 인한 쓰나미의 여파로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의 냉각 시스템이 고장 나면서 발생했다. 2011년 4월 12일, 일본 경제산업성 산하 원자력안전보안원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등급을 국제 원자력 사고 등급의 최고 단계인 7등급으로 상향했다.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와 동급이다.

일본 정부는 반경 20Km 구역을 ‘경계구역’으로 지정해 주민의 출입을 법적으로 금지하기로 했다. 4월 22일,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제1원전 주변 자치단체 중 방사능 검출량이 가장 많은 이다테무라(飯館村) 전역과 가쓰라오무라(葛尾村)、나미에초(浪江町), 가와마타마치, 미나미소마(南相馬)시의 일부 지역을 ‘계획적피난지역’으로 선정하고 다음달 말까지 피난시키기로 하였다.

노르웨이 대기연구소가 한반도에 방사능비가 우려된다는 예측을 내놓아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대해, 당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인체에 무해한 비가 내렸다고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다. 정부와 전문가들은 일본 방사능에 대한 한국 내 일부의 지나친 우려에 대해 담배가 오히려 방사능 비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며 일축했다.

박재갑 당시 국립중앙의료원장은 “일본서 넘어오는 미량의 방사성물질에 두려워하면서도 담배에 들어 있는 방사성물질에는 둔감한 게 현실”이라며, 담배에 포함된 방사성 폴로늄(Po-210)과 방사성 납(Pb-210)이 오히려 방사능 비보다 더 위험하다고 했다. 그는 “담배를 하루에 1.5갑 피우는 사람의 폐 조직 검사에서 나온 폴로늄 방사선량은 1년간 300회 정도의 가슴 엑스선 검사를 한 것과 같은 수준”이라고 한다.

한편 미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화인민공화국 정부는 방사능 누출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자국민들에게 도쿄를 떠나라고 권고했다. 4월 14일 키 리졸브 한미합동훈련을 중단하고 구조작업에 투입된 미국 제7함대의 로널드 레이건호의 헬기 승무원 17명이 한시간만에 한달 치 방사능에 노출되었다. 로널드 레이건호가 후쿠시마 원전에서 유출된 방사능 연기를 통과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4월 15일에는 도쿄에의 방사능 수치가 평소보다 23배 급등하면서 외국인들의 도쿄 탈출이 이어졌다. 16일, 미국 국무부는 도쿄 일대의 자국민에 대해 철수를 권고하고 전세기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도쿄와 요코하마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및 가족들에게 대피할 것을 제안하고 출국을 허가했다.

17일 아사히 신문은 후쿠시마에서 400km 떨어진 시즈오카 현의 하마오카 원자력 발전소에서 세슘-134 등 5종류의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었다고 보도했다. 체르노빌 당시, 소련 정부는 최소 방사능 기준으로 1제곱미터당 55만 베크렐의 세슘이 검출된 반경 30km의 주민들을 강제이주 시켰지만, 후쿠시마에서 40km 떨어진 후쿠시마 현 이타테시에서 1제곱미터당 326만 베크렐의 세슘이 검출되어, 체르노빌의 최소 강제 이주 기준의 6배를 기록했다.

우리가 2년 반 전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대해 기억하는 대한민국 정부의 강력한 조치는 크게 두 가지였다. “우리는 안전하다.”는 대대적인 홍보, 그리고 실의에 빠진 일본 피해지역 주민들을 위한 대대적인 모금 활동. 나눔과 봉사 활동을 통한 인류애 실천. 이것은 국내에서 일어난 여느 수해지역 상황 보도와 비슷한 풍경이었고, 국내 텔레비전 뉴스 속 후쿠시마의 모습 또한 ‘수재민’들과 비슷해 보이게 만드는 효과를 발휘했다.

●문제는 ‘후쿠시마’가 아니다
우리 정부는 2013년 9월 6일에서야 ‘후쿠시마 주변 8개현 농수산물 전면 수입 금지’를 발표했다. 그동안은 주변 8개현은 물론이고 ‘후쿠시마’에 대해서조차 그 어떤 수입 제한 조치도 없었다는 뜻이겠다. 사고 후 2년 반이 지났고, 지리적으로 일본에서 가장 가까운 나라인 대한민국에서는 2년 반 동안 후쿠시마와 후쿠시마 주변을 비롯한 각종 일본 농수산물을 그대로 유통시켜 먹고 소진시켜왔다는 얘기다. 이것은 ‘괴담’이 아니다. 누구나 상식적으로 할 수 있는 기초적인 추정이다.

게다가 이번 조치는, 일본산 전면 수입 금지가 아니다. 그간의 경험 때문에 원산지 표시에 대한 믿음을 갖기 어려운 소비자 입장에서, 이것은 안전한 대책일 수가 없다. 전면 금지가 당연하다고 생각되는데도 우리 정부가 미적거리는 이유 또한 납득이 가지 않을 뿐이다. 당연한 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증폭 된다. ‘괴담’인지 ‘불편한 진실’인지 모를 소문들은 이럴 때 창궐하게 돼 있다. 사람들은 궁금해 한다. 왜 정부는 이런 조치들을 내리는지, 왜 국민이 요구하는 것은 절대로 들어주지 않으면서 일본 측의 반응에 더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처럼 보이는지? 사실 우리 국민들은 이 조치 직후 발표된 ‘일본 2020년 올림픽 유치’ 뉴스조차 의아한 상황이다.

이 와중에 국무총리는 ‘방사능 괴담’을 퍼뜨리는 사람을 엄벌에 처하겠다는 대국민 선전포고에 가까운 조치를 내렸다. 방사능 공포는 과연 ‘괴담’일까? 이 ‘괴담’은 ‘엄벌’로 잡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인가? 정부의 이런 조치는 방사능 공포 이상으로 끔찍하다. 정부는 국민이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지를 모르는 듯하다. 정말 있어야 할 것은 “안심하라”는 말이 아니라 안심할 수 있는 근거들이다. 안심해도 되는 다각도의 근거를 제시해 주고 그것을 성실히 이행하면 된다. 지금 국민들은 아무것도 믿을 수가 없다. 더 불안하게 만드는 건 어쩐지 사태의 본질을 숨기려 드는 듯한 정부의 경직된 태도다. 국민들은 이런 정부를 향해, 당장 무엇을 요구하고 제시해야 할지조차 감이 잡히지 않아 절망스러워하고 있다.

후쿠시마의 원자로가 ‘녹아내려’ 모든 방사능 물질이 땅과 하늘을 뒤덮고 바다로 흘러들어갔다. 사건 직후 전 세계적으로 탈핵을 부르짖는 목소리가 드높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세계적으로 원전이 집중된 동아시아 3개국에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원전 재개를 꾀하려는 ‘원자력 마피아’들의 전방위적 공세가 날로 활발해지고 있다. 대한민국은 원전 사고 발생후보국 1위이다. 밀집도와 노후도에서 그렇다. 이미 사고들은 크고 작게 터지고 있다. 언론에서는 ‘안전하다’고 신속히 조기 수습에 나선다. 삼척과 영덕에 원자력발전소를 짓겠다는 계획을 정부는 지금도 철회하지 않고 있다. 여론과 상관없이 강행할 의사까지 피력하고 있다.

우리 해양수산부는 9월12일에도 뉴스를 내놓았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현장에서 매일 수 백 t의 오염수가 바다로 흘러들어가고 있지만 우리나라 연안 앞바다는 안전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해양수산부가 12일 밝혔다. 해수부는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함께 지난 8월 일본 인접 해역 6개 정점의 해수를 분석한 결과, 인공방사성 물질이 검출되지 않았거나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전 5년간의 평균치 이내인 최대 0.00172Bq/kg(베크렐)이내에서 검출됐다”며 “방사능 오염수의 영향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부디, 사실이기를 바란다.

나는 원전과 해양수산, 식품안전 관리 등에 대해 철저히 문외한이다. 다만 이 땅에서 농수산물을 매일 먹으며 살아가는 ‘소비자’이며, 앞으로도 이 땅에서 가족과 이웃과 후손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처지다. 원전이나 방사능 오염 문제는 그래서 바로 나의 문제다. 이제는 도저히 피할 수 없는 문제가 돼버렸다. 사고 후 2년 반이나 지났으며, 그동안 먹은 농수산물과 마신 공기가 있기에, 이제 와서 어디 ‘다른 땅’으로 옮겨가 산다고 해서 내가 ‘피폭’ 문제에서 안전한지 장담할 수조차 없다. 다른 방법은 없다. 이제부터라도 대책마련에 모두가 나서야 한다. 지금까지 제대로 된 기준이 없었다면, 이제라도 만들면 된다. 아무것도 믿을 수 없는 국민을 향해, 2년 반 전은 물론 광우병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2008년에도 하던 “우리는 안전하다”는 똑같은 정부지침을 언제까지 반복할 셈인지 답답하다. 믿음에는 근거가 필요하다. 아주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동시에 실천적인 대응책만이 이 불신과 불안을 ‘안심’으로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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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가해자들의 도피처, ‘심신미약’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에선 잔인한 사건들이 보도된다. 서울 강서구 한 피시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청년이 잔인하게 살해됐다는 보도, 오피스텔 관리사무소에서 경비원 2명을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 2011년 같은 회사에 다니던 여성의 몸속에 손을 넣어 숨지게 했지만 상해치사로 종결된 사건 등이 그러하다. 이 잔혹한 사건들의 처리과정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가해자가 ‘심신미약’을 주장했다는 것이다. 실제 경비원 2명을 살해한 20대 남성은 검찰이 사형을 구형했지만 심신미약 주장이 인정돼 일부 감형되었고, 같은 회사에 다니던 여성을 살해한 가해자는 피해자에 입힌 상해 정도가 심각하지만 술에 취해 심신미약이었다는 이유로 4년형을 받았다. 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심신미약을 이유로 처벌은 가벼운 수준에 그쳤다. 잔혹한 살인을 했음에도 ‘심신미약’으로 감형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형법 제10조를 살펴보면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을 하지 않거나 형을 감경한다.’고 명시돼 있다. 여기서 심신장애란 인지·지능·언어·정서·행위 등의 심신기능 면에 장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