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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민영화의 허와 실

공공서비스에 대한 민중의 보편적 권리 지키려는 노력 필요


한국 사회에서 민영화는 15년 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협약 이후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전력, 상하수도, 가스, 공항, 항만, 은행, 통신, 철도, 도로, 석유, 의료, 연금, 건강보험, 우편, 교육 등 인간의 삶에 필수적인 거의 모든 공공서비스가 민간기업의 이윤추구 대상으로 전락하게 된 것이다. 특히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 이제는 사라진 줄 알았던 철도 민영화 이슈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더니 ‘철도산업 발전방안’이라는 이름으로 우회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민영화는 비가역적 조치라고 알려져 있다. 일단 민영화가 되면 다시 되돌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공기업 민영화 정책을 우려하는 이유도 바로 이러한 민영화 조치의 비가역성 때문이다.

공기업, 즉 공공서비스, 사회기반시설의 민영화는 자본에게 매우 큰 돈벌이 기회가 생긴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테면 한국전력은 자산총액으로는 삼성에 이어서 2위, 매출액으로는 8위에 해당하는 거대 기업이다. 한전이 장악하고 있는 전력 시장의 일부만이라도 사기업이 진출할 수 있다면 엄청난 이득을 얻게 되는 것이다.

민영화의 신봉자들은 민영화가 소비자에게 이익이 된다고 주장하곤 한다. 민영화를 통해 효율성이 제고되면 공공서비스의 요금이 인하되고, 서비스의 질도 향상되며, 산업 재투자도 확대되는 동시에 고용 유연화도 확대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정부독점기업이 소수의 공급자가 있는 민간과점체제로 전환되면서 서비스 가격이 상승하고 경쟁의 효율은 사라져버린다. 그 결과 서비스의 질도 열악해지고, 서비스의 공급도 불안정해지지만, 정작 이를 규제하고 공공성을 담보할 수 있는 수단은 부재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민영화에 따른 공적 자산의 처분은 국가 재정수입 증진에는 도움이 될 수 있으나, 그런 수입은 일회적일 뿐만 아니라 기업 가치 미만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실제 그 수혜는 모두 시장 지배력이 강한 소수의 민간 자본에게 돌아가고, 민영화의 수익증대 효과는 투자자 또는 주주들에게 편중 배분되는 반면, 이로 인한 민간 독점의 폐해와 부담은 국민들에게로 전가된다. 더욱이 민영화되고 나면 공기업이 수행했던 사회적 과업은 달성될 수 없게 되고, 그 과업수행에 필요한 비용은 복지지출 증가, 낙후지역 지원 및 환경보호를 위한 지출 등의 형태로 납세자가 부담하게 된다.

시장논리에 따르면, 공공성이 매우 낮은 기관, 그 중에서도 경영효율성이 미흡하여 정부지원이 불필요하게 많이 요구되는 기관이 우선적으로 민영화 대상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실제 민영화의 대상이 되었던 것은 대체로 그동안 국가가 선제투자를 많이 해놓은 기간산업이나 공적자금의 투입 등으로 효율성과 수익성이 호전된 기관 등, 매수자가 흔쾌히 돈을 지불하려는 기관이었다. 이는 공기업뿐 아니라 대우조선해양, 하이닉스 등 공적자금 투입기업들이 강력한 구조조정과 국가재정 투입을 통해 알짜기업으로 변모한 후 다시 민간자본에 매각되는 사례에서도 드러났다. 그 과정에서 이익은 재벌과 금융기관, 외국 투기자본이 사적으로 가져가는 반면, 구조조정의 부담과 희생은 노동자와 민중에게 전가되었다. 이른바 ‘이익의 사유화, 손실의 사회화’가 관철되었던 것이다.

민영화를 하면서도 공공성을 유지하고 가격을 적절하게 통제하려면 강력한 규제정책이 새롭게 요구된다. 하지만 그 규제를 실질적으로 집행할 행정력이 있다면 차라리 정부가 직접 수행하는 게 낫고, 그런 행정력이 없다면 민영화를 한다 하더라도 공공성 유지나 가격 통제는 불가능할 것이다. 결국 어느 경우나 비효율적인 셈이다.

사실 민영화 논리의 기반이자 공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기초가 되는 방만경영과 비전문적 경영, 정경유착, 낙하산 인사 등은 공기업 체제 자체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공기업이 사회적 통제로부터 유리되어 정권의 사적 전유물로 전락하였던 역사적 경험에 기인한다. 민영화는 공공기관에 요구되는 사회적 통제와 참여의 문제를 소유 구조의 문제로 환원함으로써 공기업 체제하에서의 문제점을 다른 형태로 재생산할 뿐이다. 민영화 기업인 KT와 포스코 등에서 낙하산 인사, 정경유착의 문제가 제기되는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사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 시기 민영화를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을 했고,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나 각 부처의 주요 업무보고에서도 민영화라는 용어는 언급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것은 민영화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이명박 정부 초반 공공기관 선진화라는 이름으로 강력한 민영화 드라이브를 걸다가 촛불에 제동이 걸렸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소산일지 모른다. 실제 박근혜 정부는 민영화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의식해서 민영화라는 이름을 뺀 채 경쟁체제 도입, 공공부문의 비효율성 제거, 자회사 설립, 서비스의 질 제고 등의 명목으로 우회적인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2015년 KTX 수서발 노선의 우회 민영화 논란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경쟁체제 도입’이란 말을 강조하며 절대 민영화가 아니라고 얘기한다. 하지만 과거 정부는 전력산업에도 “경쟁을 도입해 공기업의 비효율성을 제거하고 전기요금을 인하할 수 있다”고 했지만, 정책 취지와 달리 전력난 속에 일부 대기업들의 수익만 높이는 결과를 초래했다. 현재 정부와 새누리당은 한국가스공사 주도로 이뤄지던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에 대기업들의 참여를 확대하는 ‘공기업-민간기업 경쟁체제’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 또한 가스 요금 인하 대신 일부 대기업의 배만 불릴 수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6월 민영화의 우회로로서 코레일과 연기금 등이 참여하는 출자회사를 설립해 수서발 KTX 운영을 맡기는 것을 뼈대로 한 ‘철도산업 발전방안’을 발표했다. 박근혜 정부 임기 안에 코레일이 전담하고 있는 사업을 쪼개 분야별 자회사를 둔 지주회사로 만들고, 2017년까지 완공되는 원주~강릉 노선 등 4개 노선의 운영을 민간사업자에게 개방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수서발 KTX의 운영권을 코레일이 출자한 자회사가 지니게 되고, 일단 민간 자본의 참여를 배제했기 때문에 민영화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것은 당장의 반발을 잠재우며 단계적으로 경쟁체제 도입을 관철시키려는 우회적 민영화 방안이다. 연금기금 등으로 채워져 있는 자회사의 정부 지분은 언제든지 매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이러한 안은 기본적으로 철도에 경쟁체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그러나 비효율성의 근거로 제시되는 철도공사 부채의 상당 부분은 운영의 비효율성이 아니라 정부가 책임을 다하지 않아서 발생한 것이다. 더욱이 철도산업은 경쟁이 성립하기 매우 어려운 특성을 지닌다. 특정 시간, 특정 지역에 가는 노선은 독점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수서발 KTX 역시 강남이나 수도권 동남부 지역의 고속철 수요를 흡수하면서 지역 독점체제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국토부는 이번 철도산업 발전방안이 ‘독일식 지주회사 모델’이라며 영국식 분할 민영화와는 차이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독일의 지주회사 안도 사실은 철도 민영화를 위해 추진했던 것이며, 인력 구조조정을 비롯한 많은 폐해를 낳았다. 정리해고 속에서 살아남은 노동자들은 강도 높은 노동을 견뎌야 했고, 현장 인력이 부족한데다 철도 시설에 기술적 문제가 발생해도 자회사들이 관련 기관에 보고를 하지 않으면서 열차 탈선 사고, 운행 중단이 잇따랐다. 이러한 사례들은 분할 민영화를 통한 비용 절감이 시민들과 노동자의 목숨을 담보로 진행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더욱이 독일식 지주회사 모델을 운운하면서도 정작 그 핵심 중의 하나인, 노동자대표가 참여하는 독일철도의 이사회 구조를 무시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이처럼 정부가 내놓는 정책들을 보면 공기업 민영화 정책을 포기하기는 커녕 좀더 은밀하고 교묘하게 추진하는 양상이다. 이에 대해 공공서비스에 대한 민중의 보편적 권리를 지키기 위해 싸워야 한다. 사람이면 누구나 저렴한 가격에 질 좋고 안전한 공공서비스를 누릴 권리가 있다.

그러하기에 기만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공기업 민영화 정책에 브레이크를 거는 한편, 공적 통제의 영역 및 대상을 축소하고 공공기관을 통한 공적 역할을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박근혜 정부의 공공기관 정책의 본질을 직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라도 시민들의 깨어있는 의식과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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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가해자들의 도피처, ‘심신미약’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에선 잔인한 사건들이 보도된다. 서울 강서구 한 피시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청년이 잔인하게 살해됐다는 보도, 오피스텔 관리사무소에서 경비원 2명을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 2011년 같은 회사에 다니던 여성의 몸속에 손을 넣어 숨지게 했지만 상해치사로 종결된 사건 등이 그러하다. 이 잔혹한 사건들의 처리과정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가해자가 ‘심신미약’을 주장했다는 것이다. 실제 경비원 2명을 살해한 20대 남성은 검찰이 사형을 구형했지만 심신미약 주장이 인정돼 일부 감형되었고, 같은 회사에 다니던 여성을 살해한 가해자는 피해자에 입힌 상해 정도가 심각하지만 술에 취해 심신미약이었다는 이유로 4년형을 받았다. 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심신미약을 이유로 처벌은 가벼운 수준에 그쳤다. 잔혹한 살인을 했음에도 ‘심신미약’으로 감형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형법 제10조를 살펴보면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을 하지 않거나 형을 감경한다.’고 명시돼 있다. 여기서 심신장애란 인지·지능·언어·정서·행위 등의 심신기능 면에 장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