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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추천해주세요] 어느 인문학자의 나무 세기

『어느 인문학자의 나무 세기』라는 책에서는 나무를 세면서 나무의 마음을 읽고, 나무를 통해 인류의 역사를 꿰뚫어 보는 한 인문학자를 만나게 된다. 자신을 ‘나무에 미친’ 사람이라고 스스럼없이 지칭하는 이 책의 저자는 이성복 시인이 어느 시에서 ‘그는 나무 얘기를 들려주러/ 우리에게 온 나무’, 바로 그 ‘나무인간’인 우리학교 사학과 강판권 교수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우리 민족의 탄생 신화인 단군신화 속의 ‘박달나무’에서부터 시작해, 화가 빈센트 반 고흐와 ‘측백나무’, 칭기스칸과 ‘자작나무’의 설화, 우리나라 팔만대장경이 새겨진 ‘산벚나무’와 ‘돌배나무’, 벽오동에 얽힌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나무들을 소개하고 있다.

나무 하나를 통해 인명과 지리, 역사, 문화, 종교, 철학, 예술 분야 등 여러 학문 영역을 두루 넘나드는 솜씨도 놀랍지만, 독자와 대화를 나누듯 써내려간 독특한 글쓰기 방식도 흥미로운 책이다.

저자는 자신이 나무를 관찰하게 된 것은 가까이 있는 것에 관심을 두고 잘 아는 것이 공부의 기본이라고 여기는 성리학자들의 공부 방법인 ‘근사(近思)’를 실천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학생들이 4년 동안 집과 학교를 오가면서 자신의 집 주변과 대학 캠퍼스에 무엇이 있는지 조차 모른다는 걸 안타까워하면서 그는 등굣길에 만나는 나무를 헤아리는 것에서 주변 사물에 관심을 가질 것을 권고한다.

그렇다면 우리 학교 학생들은 자신의 단대 건물 주변에 있는 나무들 중 몇 가지 정도나 알고 있을까? 쉐턱관 앞의 벚나무와 한학촌의 소나무, 정문 맞은편 삼거리의 은행나무 정도는 알겠지만, 행소박물관 옆에 곧게 뻗은 나무가 메타세콰이아이고, 동산도서관 맞은편에 두 줄로 늘어선 잎이 무성한 나무가 느티나무라는 건 알고 있을까? 사회관 건물 뒤편에 가을이면 노랗게 단풍이 드는 아름다운 나무가 목백합이고, 구 바이어관 앞에 푸른 불꽃처럼 타오르는 나무가 가이즈카향나무이며, 영암관 부근 곳곳에 히말라야시다가 자라고 있다는 건 알고 있을까?

최근에 보았던 영화 <건축학 개론>에서 건축학과 교수가 이 ‘근사’의 공부 방법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모습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바로 자기 집 주변에 있는 유적과 건물부터 살펴보고 난 후 먼 곳으로 시야를 넓혀가라는 것이다. 이 영화 곳곳에 나무와 식물이 등장인물들의 내적 심리 변화를 보여 주는 부분이 눈에 띄었다. 건축학도인 승민이 정릉 주변의 키 큰 나무를 카메라에 담으려는 순간 파인더 안으로 서연이 걸어 들어왔다.

승민의 가슴 속에 서연이 오래도록 깊게 뿌리내릴 것이라는 걸 암시하는 장면이다. 음대생 서연이 텅 빈 한옥에 성큼 발을 들여놓듯 승민의 가슴 한 켠을 차지하고, 속마음을 숨긴 채 화분에 식물을 심으면서 그의 마음에도 뿌리를 내리고 싶다는 마음을 전하지만, 승민이 그녀의 몸짓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보는 내내 아쉬움으로 남았다.

캠퍼스를 걷다가 한번쯤 나무를 바라보기 위해 걸음을 멈추어보자. 그리고 지금 자신은 어딘가에 제대로 뿌리를 내리고 튼실하게 자라고 있는 나무인지 속 물음을 던져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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