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여년전 내가 처음 대학에 입학하던 때하고 비교하면 여러 가지 시대적 변화가 있지만, 지금 저 청년들도 그 당시 내가 느낀것 처럼 갑자기 주어진 자유와 그 자유를 주체할 수 없어 방황하던 내 모습의 전처를 밟게 되지는 않을까 걱정스럽기도 하다.
이러한 젊은 청춘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은 유시민씨가 얼마전 출간한 “청춘의 독서”이다. 이 책은 지은이가 방황하던 젊은 시절 읽었던 총14권의 고전을 현재 자신의 느낌을 덧대어 소개하고 있다.
어린 시절 독서를 꽤나 좋아했던 나였지만, 총 14권의 고서에서 내가 읽어봤던 책이 고작 도스토옙스키의 ‘죄와벌’과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대위의 딸’이라니 나름대로 독서광이라고 자부한 것이 창피하게 느껴진다.
저자가 이 책 서두에서 언급하고 있는 책이 도스토옙스키의 ‘죄와벌’이다. 어릴 적 작가의 작품 의도도 모른 체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의 가슴 아픈 러브스토리쯤으로 치부했던 소설에 대해 저자는 소설의 역사적 배경과 주인공들의 행위을 통해 전혀 다른 의미를 부여한다.
주인공 라스꼴리니꼬프는 전당포 주인 노파와 그녀의 여동생을 살해 하고 돈을 강취한 후 그 돈을 선한 목적에 사용하지만 살인이라는 정신적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저자가 내린 결론은 선한 목적은 선한 방법으로만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스탈린과 히틀러 등 비범한 소수가 다수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이 스스로 자신을 구원하는 세상이 가장 바람직한 사회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 책에서는 그 이외에 리영희의 <전환시대의 논리>부터 맹자의 <맹자>,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 E.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등의 책들을 더 소개하고 있다.
놀라운 것은 14권의 고서중에서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공산당 선언>이라든가 최인훈의 <광장>, 베블런의 <유한계급론>등과 같이 내가 대학에 다니던 당시에는 금서로 봉인되었던 책들에 대해 시대가 변한 지금 나 같은 세대들을 위해 친절히 그 내용과 사상적 배경 그리고 그 이론들이 얼마나 현실과의 괴리가 있는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 이외에 맬서스의 <인구론>과 다윈의 <종의 기원>과 같이 “누구나 그 내용을 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읽은 이는 거의 없는 위대한 고전”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다.
이 외에도 저자는 14권의 동서고금의 고서들에 대해 소개하며 자신의 해석과 견해를 자세히 달고 있다. 물론 우리는 그의 견해에 동의할 필요는 없다.
내가 바라는 한 가지는 지금의 청년들이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서 자신을 돌아보고 삶의 방향을 설정하는데 간접적으로나마 길을 찾기를 바랄 뿐이다.
또한 시간이 된다면 원서를 찾아 읽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고 청춘에서 느끼는 여러 방황과 삶의 갈림길에서 이 책이 저자가 말하는 대로 청춘을 위한 ‘오래된 지도’가 되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