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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추천해주세요]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Winterreise)


“낯선 자로 이곳에 왔다가 낯선 자로 떠나네.”

이렇게 시작하는 <겨울나그네>는 <아름다운 물방앗간의 아가씨>, <백조의 노래>와 더불어 슈베르트 3대 가곡집 중의 하나로 모두 24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난 젊은이가 황량하고 눈보라치는 겨울에 고독함과 좌절, 삶의 우수와 체념으로 방황하는 모습을 그린 이 작품은 우울하고 어둡다. 가끔씩 힘을 내듯 밝게 소리 내어 보지만 곧 고요와 침잠으로 바뀌고 만다.

그러나 눈물 펑펑 쏟아내는 그러한 슬픔은 아니다. 오히려 절제된 슬픔이 너무나 아름다워 우아하기까지 하다. 이 작품은 독일 시인 뮐러(Wilhelm Muller)의 시에 곡을 붙인 것으로 독일어 제목인 는 우리말로 번역하면 “겨울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 추측컨대 “겨울여행”이라고 하면 아름다운 설경 구경 가는 정도로 여겨지지 않을까 하는 번역자의 노파심이 작용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요즘은 스키리조트에서 신나게 노는 것을 연상하게까지 한다. 얼어붙은 눈물이 내 두 볼에 떨어진다. 울고 있음을 나는 미처 몰랐던가?(3. 얼어붙은 눈물), 용솟음치는 눈물이 흰 눈 위에 속절없이 떨어진다는(6. 홍수) 젊은이의 심정을 노래한 것이 “겨울여행”이라는 제목과 어울릴 것인가? 그렇다. <겨울나그네>가 제격이다.

작품 속의 슬픔 가득한 “겨울나그네”는 길을 잃고 헤매는 것에 익숙해 졌다. 어차피 어느 길이든 그 목적지로 가기 마련이니 말이다(9. 도깨비불). 그리고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 길을 가지만 누구하나 반기는 이가 없다(12. 고독). 절망과 체념은 열네 번째 곡에서 최고조가 된다. 서리가 머리에 내려 백발이 되었다. 노인처럼 된 모습이 얼마나 기쁜지.

그런데 금방 다 녹아버리고 검은머리로 돌아왔다. 젊음이 나를 섬뜩하게 한다(14. 백발). 그래, 지친 나그네 길도 그리 오래지는 않으리. 까마귀여 내 마지막 날 무덤에서 나를 지켜봐다오(15. 까마귀). 그러나 여관을 무덤으로 비유한 스물한 번째 곡에서 그냥 죽어 버리는 것도 그리 쉽지 않다. 나는 지쳐 쓰러져 죽을 지경이건만 이 여관에는 남은 방이 없단 말인가? 나를 거절하는가? 그렇다면 다시 길을 떠날 수밖에(21. 여관). 겨울나그네가 지팡이에 의지해 다시 길을 떠나 듯, 이 작품을 연주하는 가수는 피아노 반주 하나에 의지하여 24곡을 연이어 쉼 없는 나그네의 여정처럼 노래한다.

모든 곡이 끝날 때까지 박수도 사양한다. 청중은 여행의 동반자로 숨죽이고 귀 기울이다보면 잔잔하지만 가슴 속 깊은 곳까지 다가오는 감동을 느낄 수 있다. 화려하고 드라마틱한 오페라도 좋고, 신나고 멋진 춤과 마이크 볼륨 높여 맛깔스럽게 노래하는 뮤지컬도 폼나고, 허리와 엉덩이가 따로 노는 아이돌 그룹들의 섹시한 무대도 흥겹고, 박자 맞춰 중얼대는 랩도 멋지다.

하지만 조용한 방에 혼자 앉아 “겨울나그네”와 삶의 대화를 하고 내 젊은 날의 위로를 받아 보는 시간이 이번 겨울에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수많은 훌륭한 음반이 나와 있지만 바리톤 피셔-디스카우(Fisher-Dieskau)가 제랄드 무어(Gerald Moore)의 피아노 반주로 녹음한 음반은 최고의 음악 유산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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